영어 '공신'들의 공부 비법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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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 열등생에서 1년 만에 영어 특기생으로 우뚝 올라선 김보연(22)씨와 토익(TOEIC)·토플(CBT TOEFL) 시험에서 만점을 기록한 차진아(23·한국외대 영어과 3학년)씨를 4일 오후 서울 중구 신문로 경희궁 뜰에서 만났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영어 공부엔 왕도(王道)가 없다”고 말했다. 대신 “꾸준히 공부하고 영어를 즐겨라” “남들의 노하우를 좇지 말고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으라”고 조언했다.

 ◆영어 열등생이 영어 우등생으로=김보연씨는 고교 때까지 영어와 담을 쌓고 지냈다. 졸업 때 영어 교과 평어 점수는 ‘가’, 최하위권이었다. 대학 입시에도 실패했다.

 이랬던 김씨가 지금은 영어 실력을 무기로 대입을 다시 준비하고 있다. 1년 만에 토익 점수를 460점에서 940점으로 무려 480점이나 올린 것이다. 그는 최근 경희대·국민대·한국외대 등의 수시2학기모집 영어특기생 전형에 지원했다.

 김씨는 “영어를 잘해야겠다는 목표 의식이 뚜렷해지면서 영어 공부에 집중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교 졸업
뒤 6개월간 중국 여행을 다니면서 외국인과의 장벽을 넘을 힘은 영어에 있다는 걸 절실히 깨닫고 난 이후부터다.

영어책 한 장 넘기는 데 3~4일이 걸릴 만큼 기초가 부실했지만 일일이 사전에서 단어를 찾아가며 공부했다. 혼자 공부하기 힘들 때는 해커스학원 스터디그룹 멤버들과 경쟁하며 긴장감을 유지했다. 그는 “처음엔 남들과 비교하며 ‘왜 난 안 되나’하는 열등감에 시달렸지만 내 가능성에 한계를 두지 않은 게 여기까지 온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녹음기를 적극 활용했다. 영어 교재 내용을 그대로 읽어 녹음한 뒤 반복해서 듣고 외웠다. 김씨는 “하루 최소한 4시간씩 꼬박 1년을 영어에 투자하고 보니 귀가 트이고 혀가 움직였다”고 말했다. 김씨는 소설책도 영어공부 교재로 활용했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한글 번역본 소설을 영어로 번역하면서 영어를 재미있게 공부하는 노하우를 개발했다.

 김씨는 영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초·중·고교생들에게 “한없이 높아 보였던 영어의 벽을 뚫고 나니 내 앞에 펼쳐진 길이 확 넓어졌다”며 “내게 왜 영어가 필요한지 진심으로 깨닫고 나면 영어공부가 즐거워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영어는 끊임없이 갈고 닦아야=차진아씨는 토익과 토플 시험에서 모두 만점을 기록했다. 영어라면 누구보다 자신 있었던 차씨는 2003년 첫 시험을 치르고 충격에 빠졌다. 해외거주 경험이 있긴 했지만 들리지 않는 말도 많았고, 학술 용어가 많아 단어 수준이 높은 토플은 정식으로 공부하지 않고서는 따라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선 파고다학원에 등록해 강의를 들었다.

그러나 수동적으로 강의만 듣지는 않았다. 끊임없이 질문공세를 퍼부어 강사들을 괴롭혔다. 차씨는 “아주 하찮아 보여도 왜 그런지 정확히 알고 넘어가야 진짜 실력이 는다”고 말했다.

 차씨는 또 “영어시험만을 위한 공부는 끈기 있게 이어가기 힘들다”면서 “영어 기초체력을 다지는 게 영어 시험 성적을 높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가 영어 체력을 단련하는 방법은 성실성. 차씨는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공부하지 않으면 녹슨다”며 “꾸준히 단어를 외우고 말하고 듣고 쓰는 게 제일”이라고 말했다. 난이도가 높은 토플 작문은 미리 예상 주제를 뽑아 연습을 충분히 한 뒤 시험을 치렀다.

 차씨는 일찌감치 토플을 공부하는 초·중·고 학생들에게 “뜻도 모르는 어려운 단어를 달달 외우기보다는 언어의 구조를 먼저 익히라”고 조언했다. 정확한 단어 뜻은 모르더라도 문장의 억양과 톤을 살려 말하는 연습을 반복하는 게 영어에 가까워지는 길이라는 것이다.

 차씨는 또 “호기심이 많을수록 영어가 빨리 는다”며 “이건 영어로 뭐라고 부르지? 이럴 땐 영어로 뭐라고 말할까? 하는 궁금증을 이어가다 보면 친구들과 수다를 떨면서도 충분히 영어공부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영어 만화영화, CNN 뉴스, 영자신문 등 다양한 미디어를 영어 공부 교재로 활용한다.

다양한 상황에 대한 영어식 표현, 영어식 사고를 배우는 데는 대중매체만큼 훌륭한 교재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도 뉴스 듣고 받아쓰기와 같은 기본적인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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