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회>순수의 시대-두여자 사이서 갈등겪는 남성 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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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순수의 시대』는 미국에선 이미 개봉됐지만 그외 지역에서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마틴 스콜세지감독의 최신작이다.
『택시 드라이버』『성난 황소』『좋은 친구들』,그리고 91년 『케이프 피어』를 통해 도시풍의 정서를 주로 선보인 스콜세지의색깔이 전통이란 소재를 만나 변주된 모습으로 나타나 있다.아다시피 스콜세지감독은 고집스럽게 뉴욕을 무대로 영 화를 만드는 뉴욕파 감독.
『순수의 시대』는 유럽 상류사회의 모습을 빼닮은 19세기 중말엽의 뉴욕사회,파티와 사교장이 줄곧 이어지지만 주제는 한 남성이 각기 다른 정신세계를 형성하고 있는 두 여성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변호사 뉴랜드(대니얼 데이 루이스)는 청순한 아름다움을 지닌메이(위노나 라이더)와 약혼한 사이지만 그녀의 사촌언니이자 자신의 옛친구였던 엘렌(미셸 파이퍼)이 결혼에 실패하고 유럽서 돌아오자 애정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인습과 엄격한 질서속에 움직이는 사회에서 뉴랜드는 메이에게 발견하지 못한 힘과 자유를 엘렌에게서 발견한다.그러나 인습이전에 메이의 순수한 사랑과 기대가 있다는 것을 알게되고 넘을 수없는 강이 있음을 직시한다.
하나도 버리기 아까 운 詩的인 대화와 완벽에 가까운 의상,요한 스트라우스의 왈츠와 베토벤의 월광소나타는 영화를 돋보이게 한다.그리고 이 모든 요소는 촬영감독 마이클 볼하우스의 타고난감각에 의해 액자속의 그림으로까지 승화된다.
94년 골든 글러브상에서 작품.감독.여우주연.여우조연상후보에오르고 역시 94아카데미상에서 여우조연.미술.의상.각색상에 노미네이트돼 압도적인 지지로 의상상을 수상했던 작품.
사실 지난 1월 미국서 개봉됐을 때는 아트필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열렬한 칭찬을 받았지만 흥행에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과격하고 자극적이며 육감적인 영화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순수의 시대』는 따분한 영화일지 모른다.그러나 섬세한 심리묘사에 숨어있는 감독의 사고와 시대상을 엿볼수 있는 수많은 볼거리를 신선한 카메라눈에 따라 감상하다 보면 2시간 20 분이란 러닝타임이 아쉽게 느껴진다.
〈李揆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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