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래서 벗는다-김도연.최용묵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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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최근들어 주연 남녀 배우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전라로출연해 화제가 되고 있는 『미란다』의 여자 주인공 金도연씨(24)와 『다까포』의 남자 주인공 崔용묵씨(25)가 외설시비가 일고있는 자신들의 작품에 대해 직접 해명에 나섰 다.『미란다』는 정신착란자가 젊은 여성을 납치해 애정을 구하는 내용이며, 『다까포』는 新羅설화 지귀와 선덕여왕을 밑그림으로 환경재생을 테마로 삼은 無言의 전위실험극.약 30분간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은 벗는 이유가 오로지 예술성 때문 이라고 주장했다.다음은 일문일답.
-벗기기 연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金=관객이 관심을 안가져 주는 연극은 이미 연극이 아니다.
우리의 경우 중.장년층은 연극관람을 거의 안한다.벗기기 연극은이들 중.장년층에게 연극을 보게 하는 역할을 나름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崔=관객들이 지나치게 벗는다는 것에 민감한 것 같다.단지 벗는다는 이유 때문이 아니라 어떻게 벗기느냐에 따라 관객들이 좋은 연극을 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빨리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라출연 제의를 받았을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金=연출이 요구하기 전에 내가 먼저 벗겠다고 했다.『미란다』는 존 파울즈 원작 『콜렉터』의 여주인공 이름을 따 각색한 것이다.꼭 해보고 싶었던 역인데다 벗는 장면이 빠져서는 극의 메시지가 너무 약해진다고 생각했다.
▲崔=처음에는 벗어야 하는 당위성을 느끼지 못해 망설였다.그러나 차츰 극의 흐름을 이해하게 되면서 꼭 벗어야 할 작품이란생각이 들었다.아름답게 보일수 있다면 언제든지 벗을 용의가 있다. -전라연기 때의 느낌은.
▲金=처음엔 쑥스럽고 창피했지만 나중엔 홀가분해졌다.요즘은 오히려 벗는 것에 익숙해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호기심만으로찾아온 관객들의 침넘어가는 소리를 들을 때는 연기자로서 기분이상한다. ▲崔=시원한 기분이다.모든 것을 보여주고 난 뒤의 자유스러움이랄까,일종의 해방감을 맛보게 된다.객석이 일순간 조용해지고 극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강렬한 메시지 전달이 느껴진다. 〈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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