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독서실>오타벵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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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인간이 동물원에 갇히는 믿기 어려운 실화를 바탕으로 한 넌픽션으로 원제는『동물원의 피그미』(The Pygmy In TheZoo).인류학적 접근을 통해 20세기초 백인들의 인종차별주의와 제국주의를 고발하고 있다.
미국에 최초로 발을 디딘 아프리카 피그미족의 눈에 비친 서구의 문명세계도 흥미롭게 그려지고 있다.
저자인 필립스 버너 브래드포드는 전기공학박사로 피그미족인 오타 벵가를 미국으로 데려온 새뮤얼 버너의 손자이고 공동저자인 하비 블럼은 인종문제에 관심이 많은 작가.
1906년 미국 뉴욕의 브롱크스동물원에는『한달동안 원숭이 우리에 사람을 전시합니다』라는 안내문이 걸린다.
이 사람이 바로 2년전에 인류학을 주제로 열렸던 세인트루이스만국박람회에「전시」되었던 피그미족의 5명중 한명인 오타 벵가.
세인트루이스 만국박람회는「인류학전시장」에 이들 외에도 에스키모인.필리핀원주민.일본의 아이누족.아프리카의 줄루족.남북미의 50개 부족민을 전시,다윈의 진화론이 지배적이었던 당시 유인원과 인간을 연결하는 고리로 이들을 내세움으로써 대 성공을 거두었다. 선교사 새뮤얼 필립스 버너의 손에 이끌려 미국으로 왔던오타 벵가는 박람회 전시가 끝난 뒤 고향 아프리카로 돌아갔다가문명을 배우기 위해 다시 미국을 찾는다.
버너의 허락하에 미국의 한 박물관에 맡겨진 벵가는 백인여성에게 의자를 던진 사건으로 인해 동물원으로 보내지고,사람들의 관심을 필요로 하던 동물원측은 그를 원숭이 우리에 전시한다.
그후 오타는 동물원에서 풀려나 흑인고아원을 전전하며 문명을 배우려고 노력하지만 인종차별이 팽배한 문명사회에 절망,권총자살로 삶을 마감한다.
저자 필립스 브래드포드는 아프리카에서의 무용담으로 점철된 할아버지의 많은 저서를 접하고 인류학자와 선교사로 높이 평가받는할아버지의「완벽함」에 오히려 의문을 품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할아버지의 과거 추적에 나선 그는 자연사박물관에 들렀다가 할아버지가 미완성으로 남긴 오타 벵가의 기록을 발견하게 된다.
〈고려원.2백87쪽.5천5백원〉 〈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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