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독서실>물고기 기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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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물고기 기호』는 초기 기독교 전도 사업에 가장 열성적이었던사도 바울의 구도적 삶을 통해 기독교의 성립과정과 본질을 묻고있는,콜롬비아의 대표적 작가 헤르만 에스피노사가 87년 발표한장편소설이다.
서기 64년 네로황제 시절 바울은 로마 대화재의 방화범으로 몰려 처형된다.체포돼 원형경기장에서 죽기까지의 며칠되지 않는 짧은 시간적 공간 사이에 천지를 주유하며 동서의 모든 종교와 사상을 섭렵해 기독교 사상으로 흘러들게한 바울의 구도적 삶이 소설적으로 재구성되어 있다.
유대인 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바울은 유년시절을 유대교회당에서보내며 오로지 하느님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기 위해 심신을단련한다.그러나 점차 성장하며 유대교 율법의 폐쇄성을 깨닫고 또 그리스출신의 고급창녀 아스팔라타와 정신적 사랑을 나누면서부터 좀더 넓은 세상과 진리를 찾기위해 부모와 의절하고 천하를 주유하는 구도의 길에 오른다.스토아 학파.신플라톤학파등 당대를풍미하던 학파의 철인들과 토론도 벌이고 로마문명과 그 문명을 떠받치고 있는 그리스문화에 접하 며 그 모든 사상과 문화를 기독교에 끌어들여 구도를 완성할 시점에서 바울은 요한을 만난다.
요한과 함께 바울은 유월절을 맞아 기독교의 본산인 예루살렘으로 들어간다.예루살렘에 메시아의 현신을 알리기 위한 그의 행적은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면서부터 정확하게 예수의 행적과 일치한다.악마를 쫓는 심령술과 히포크라테스적 치료술에 의한 불치병자의 치료,그를 따르는 12사제,그리고 십자가의 처형등.그리고 바울 역시 부활한다.그러나 그 부활은 신적인 부활이 아니라 십자가 위에서 스스로 자신을 무아지경에 빠지게해 버텨낸 일종의 요가적 수법에 의한 것이었다.그렇게 십자가에서 빠져나온 바울이제국의 심장인 로마에서 전도활동을 펴다 방화범으로 효수를 당한다는 것이 이 소설의 내용이다.〈현대문학사.3백36쪽.5천5백원〉 〈李京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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