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특집>의식주보장 빌미로 주민 통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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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북한은 주민들을 집단체제속의 인간으로 만들려는 거대한 병영사회다.』 87년부터 90년3월까지 평양주재 동독대사였던 한스마레츠키(現 독일브란덴부르크 란데스大 교수)는 최근 자신의 회고록에서 북한사회의 실상을 한마디로 이렇게 표현했다.
사회평등이라는 이름아래 민주.자본주의는 거부되고 무조건적인 추종을 강요하는 집단주의만이 허용되는 사회라는 것이다.
이는 다소 과장된 북한의 실상인지 모르나 귀순자.북한방문객들의 체험담등을 종합해 볼때 확실한 것은 북한사회가 주민들에게 최소한의 의식주 생활환경만 보장해 주고 이를 주민통제 수단으로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의식주 통제를 통해 나머지 북한 주민들의 개인생활도-거주이전.직업선택.여가생활.교육.병역등-철저히 통제되고 제약받고있다. 북한의 가장 확실한 주민통제 수단은 식량배급제.
「쌀은 공산주의다」라는 슬로건까지 내건 북한은 57년부터 주민들을 출신성분.지위.직업등을 고려해 5계층으로 분류,식량을 차등 배급하고 있다.
일반주민의 경우 그동안 15일에 한차례씩 나이.직업에 따라 4백~7백g(백미:잡곡 3:7,농촌은 1:9)의 식량에서 이틀분의 「전쟁절약미」를 공제한 후 지급받아 왔다.
이같은 식량배급제때문에 북한주민들은 출장.여행때에는 반드시 「양권」을 지참해야만 식사를 할 수 있어 이는 주민들의 여행자유를 제한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되고 있다.
북한사회는 또 식량배급제로 주민들의 직업선택.거주이전의 자유를 간접 제한하고 있다.
북한 헌법 제56조에는 「노동력 있는 모든 공민은 희망과 능력에 따라 직업을 선택하며 안정된 일자리와 노동조건을 보장받는다」고 규정돼 있지만 실제로는 북한당국에서 출신성분등을 고려해직장을 선택해준다.
물론 근무중인 직장이 적성에 맞지 않을 경우 직장이전 신청을할 수 있지만 대부분 허가가 나지않으며 이를 어기고 새직장을 찾기 위해 거주지를 옮길 경우 식량배급.주택도 받을 수 없게 된다. 북한은 의식주와 관련된 물질적 통제 뿐만 아니라 모든 주민들을 조직생활에 매달리게 해 끊임없는 사상교육을 통해 주민들을 통제하기도 한다.
북한 주민들은 모두 1개 이상씩의 조직에 가입돼 있으며 가정.직장생활을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2~3시간씩,1주일에 4~5일은 조직생활을 해야한다.
***週5일 조직생활 각 조직의 모임은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개 1주일에 강연 1~2회,해설강의 모임 1~2회,정기 생활총화 1회를 해야하며 사무원은 금요노동에 동원된다. 그밖에 모든 주민은 수시로 열리는 각종 강연회.학습회.군중문화사업.답사행군.군중집회에 빠짐없이 얼굴을 내밀어야 해 북한주민들 사이에선 의식주문제보다 이같은 조직생활에 대한 불만이더 큰 것으로 귀순자들은 전하고 있다.
〈崔千植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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