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의 사망 北주민 슬픔.충격 엄청날듯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온 국민에게 놀라움을 안겨준 金日成 사망소식은 북한에서 귀순한 대학생들에게 또다른 충격으로 다가왔다.金日成체제에서 태어나주체사상과 우상화교육을 체험한 벌목공 張起洪,유학생 南明鐵.董榮俊씨등 세명의 귀순청년들을 통해 북한에서의 金 日成사망이 갖는 의미와 향후 남북관계를 짚어봤다.
-金日成 사망소식을 듣고 느낀 바가 많았을 텐데.
▲張=9일 낮 라디오 뉴스를 듣고 엄청나게 놀랐습니다.처음에는 거짓말인줄 알았으나 金의 사망과 관련한 구체적인 속보가 계속 나와 죽음을 믿게됐어요.
그러나 공산주의 국가에서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사망사실을 발표한 것이나 북한주민들에게「불경하게」비치는 사체부검,외국 조문 사절 거부등 일련의 조치를 감안할때 시체가 공개될 때까지는 金의 사망을 1백% 확신하지 못하겠습니다.
▲南=저도 마찬가지입니다.외출했다 아파트로 돌아오면서 경비아저씨가 크게 틀어놓은 TV에서 金日成 사망 운운하길래 金日成사망을 소재로 한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는 줄만 알았죠.
▲董=처음 느낌은「이제 통일이 됐구나」하는 것이었습니다.남북한이 지금까지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대치상태에 있는 가장 큰 걸림돌이 金日成이기 때문에 그가 죽음으로써 통일이 앞당겨 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예상한 바지만 金日成 사망사실이 알려지자 평양이 울음바다가되는등 충격에 빠져있습니다.평소 북한 주민들의 金日成에 대한 인상이나 우상화의 정도는 어떤가요.
▲南=전제해야 될 것은 북한 주민이건 黨간부건,아니면 북한체제에 비판적인 유학생이건 간에 金日成과 金正日에 대한 존경심과충성의 본질 자체가 다르다는 점입니다.金日成은 항일운동등 나름대로의 업적을 인정받고 있고 오랜기간의 우상화 교육을 통해 이같은 업적은 신격화됐지요.아버지 덕에 권력을 쥔 金正日과는 비교 자체가 무의미한 것입니다.
실제로 상당수의 국민들은 세뇌교육의 결과이건 아니건 간에 金日成에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충성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董=대부분의 주민들은 허탈하고 애석하게 생각할 것입니다.거리에 나와 통곡을 하고 눈물을 흘리는 것도 평소 金日成의 우상화 정도에 비쳐볼때 무리가 아닙니다.
그러나 체제에 불만을 가진 동구권 유학생이나 외국문물을 접해본 일부 신진 엘리트 사이에서는 속으로 金日成의 죽음을 기뻐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張=金日成 우상화와 신격화 정책에 따라 주민들이 반복적이고치밀한 세뇌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에 金에 대한 존경심은 당연시되고 조금도 이상할게 없어요.그러나 공포와 세뇌 교육을 통한 우상화라는 점에서 종교에서 말하는 양심적이고 자발 적인 신앙과는구별된다고 생각합니다.그런데 이러한 우상화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고 봐요.
기본적으로「神과 같은」金에 대해 대단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론 우상화 의식을 거부하면 사상이나 성분을 의심받아 무자비한 탄압을 받게되므로 어쩔 수 없이 동참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지요.예컨대 이단자가 되지 않으려면 金의 사망에 슬퍼하지 않을 도리가 없지요.
-金正日이 후계자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주민들의 반감이나 반발은 없을까요.
▲董=金正日에 대해서는 두가지 견해가 있습니다.첫째로 통상 얘기하는 것처럼 상당히 난폭하고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이며 강경보수성향을 띠고 있어 대남정책에 타협보다는 대결 위주로 나갈 것이라는 생각입니다.이 때문에 金正日이 집권할 경우 남북관계는더 어려워지고 경색될 것이라는 것입니다.한편 金正日에 대해 金日成보다 상당히 개방적이고 타협적인 성격의 소유자라는 의견이 있습니다.이는 그동안 金正日이 추진해온 중국식 사회주의나 합영법등 일련의 개방정책에서 나타납니 다.개인적으로 저는 두번째 견해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張=두계층으로 나누어 생각해야 될 것같아요.일반주민들은 그동안 계속된 선전등으로 金正日체제를 당연하게 받아들일 것으로 봅니다.金日成 사후에 대비한 직접적인 교육은 없었지만 70년대초부터 金日成의 만수무강을 기원한다고 하면서도「우 리당은 金正日동지가 존재하기에 혁명과업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식으로 선전,부지불식간에 金正日을 후계자화 한 것이지요.그러나 나름대로金正日의 과거나 경력등을 알고있는 권력 상층부에서는 상당한 거부감을 가질 것으로 봅니다.
특히 金日成이라는 후광이 사라진 마당에 金正日의 권위는 상당부분 훼손될 것입니다.이는 북한의 혼란이 권력 내부에서 일어날가능성을 말해줌과 동시에 반감이 가시화될 경우 엄청난 권력투쟁과 숙청이 뒤따를 것임을 말해줍니다.
▲南=당분간 현체제가 고수되겠지만 金正日이 가진 지도자로서의신뢰와 능력은 김일성이 가지고 있던 그것보다 훨씬 뒤떨어져 한마디로 예측하기 힘듭니다.
반대세력이 있다하더라도 북한체제에서 이같은 힘을 조직화.세력화 하기는 어렵지만 金正日이 권력 전면에 나선 70년대 중반부터 경제사정이 악화됐다는 불만은 팽배해 있습니다.
향후 金正日의 경제.외교정책에 있어서 구체적인 실책이 나타난다면 이후 상황은 매우 가변적일 수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북한은 어떻게 변화될 것으로 보십니까.
▲董=金日成시대와 질적으로 다른 시대가 전개될 것입니다.우선지금까지의 폐쇄적인 모습은 탈피하리라고 봅니다.적어도 1~2년간은 金正日을 중심으로 결속을 이루겠지만 그 기간중에 경제침체와 주민생활등의 개선이 안될 경우 반대세력이 대 두해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큽니다.
▲張=金正日이 정권을 잡더라도 북한의 개방화 추세는 되돌려지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열악한 식량사정과 시급한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남북사이나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불가피하기 때문이지요.그러나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金正日로서는 아버지와는 다른 점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스타일의 정치를 해나갈 가능성도 있습니다.더욱이 고집이 세기로 유명한 金正日이 자기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는 처지가 된데다 내부의 견제를 받을 경우 엄청난통제와 탄압을 할 소지도 있습니다.
즉 정권의 안정을 공고히 하기 위해 개방과 경제발전은 계속 추진하겠지만 반대세력에 대해서는 가혹한 탄압이 병행될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사회주의식 통일을 신념처럼 간직했던 金日成과는 달리 경제에 우선을 두는 정책을 추진하다 보면 오히려 통일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南=金正日이 권좌에 오른지도 20여년이 지났습니다.따라서 남북관계나 對美관계에 급격한 변화가 있으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하지만 金日成 존재자체가 가지고 있던 국가장악력이 사라진 상황에서 더이상의 폐쇄정책은 불가능할 겁니 다.지금 북한의 경제상황은 더이상 나빠질 수 없을만큼 나빠진 상황이기 때문에 金正日은 체제를 유지하는 범위안에서 다양한 변화를 모색할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향후 남북대화에 있어 우리나라 정부에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南=섣부른 의견인지 모르지만 金日成의 사망소식이나 통일문제에 있어 南韓 국민들은 지나치게 개인의 이해관계에 집착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통일문제나 대북관계에 있어서는 눈앞의 개인적이익을 포기할 수도 있는 장기적 안목과 역사의식이 필요하다고 봅니다.국민적 자세를 정비하면서 우리나라 정부와 언론이 대북관계에 좀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함으로써 당분간 체제정비에 급급할金正日체제를 자극하는 게 좋을 듯 싶습니다.
▲董=金正日이 전반적으로 개방적인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크지만 남한문제에 대해서는 상당히 적대적 감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알려져 있습니다.따라서 金正日은 남한과의 우호.개선 태도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북한은 남한의 흡수통일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어 오히려 개방정책을 펴는 과정에서는 美.日등에 협조를 요청할 가능성이 더 큽니다.이에 능동적으로 대비할 태세를 갖춰야 하겠지요.
[정리=尹碩浚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