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생전'과 '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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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우리말의 한자어 중에는 앞말과 뒷말을 바꾸었을 경우 그 뜻이 같은 것도 있지만 뜻이 확 달라지는 사례가 꽤 있다. 이 난(欄)에서 우리말의 다양한 모습을 살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생전(生前)’과 ‘전생(前生)’은 말뜻이 아주 다른 단어다. ‘생전’은 한자의 뜻풀이대로만 보면 ‘태어나기 전’이란 얘기인데, 그렇다면 ‘살아 있는 동안’을 뜻하는 말은 ‘생전’이 아니라 ‘사전(死前)’(죽기 전)이 돼야 맞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

글자만 봐서는 ‘생전’과 ‘사전’이 반대되는 말인 것 같지만 실제로 쓰이는 뜻은 거의 같다. ‘생전’이 어째서, 언제부터 ‘살아 있는 동안’이란 뜻으로 사용돼 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사전에는 ‘살아생전’이란 올림말도 실려 있다.

한 가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어떤 말이 꼭 그 ‘개념적 의미’대로만 쓰인다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예컨대 ‘안절부절’이 있는데, 이것을 동사로 쓰려면 ‘안절부절하다’가 돼야 할 것 같으나 ‘안절부절못하다’가 바른 말이다.

“(살아)생전에 무엇을 해 볼 수 있을까”와 “죽기 전에 무엇을 해 볼 수 있을까”는 다가오는 정서적 분위기가 좀 다르다. ‘(살아)생전에’는 ‘건강하게 살아 있는 동안’이란 느낌이, ‘죽기 전에’는 ‘삶을 다하기 전에’라는 좀 비장한 느낌이 든다.

‘전생’은 ‘태어나기 이전의 삶’이란 뜻으로, 불교에서 말하는 삼생(三生: 전생·현생·내생)의 하나로 이 세상에 태어나기 이전의 생애를 이른다.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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