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솜방망이 징계의 ‘학습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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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윗옷을 벗은 인천 방승환이 동료의 만류를 뿌리치고 심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광양=연합뉴스]

전남 드래곤즈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FA컵 준결승전이 열린 3일 광양 전용구장.

 전반 3분 전남 산드로H의 선제골이 터진 순간, 인천 선수들이 배재용 주심을 향해 몰려갔다. 이들은 “전남 선수가 우리 수비수를 잡아당겼는데 왜 반칙을 불지 않았느냐”며 항의했다. 몸싸움을 하듯이 심하게 항의하던 방승환과 김학철은 경고를 받았다.

 방승환은 전반 16분 백태클을 했다가 또 경고를 받아 경고 2회로 퇴장 명령을 받았다. 그러자 방승환은 주심을 밀치고 유니폼 윗옷을 벗어 던지더니 제지하던 동료까지 뿌리치고 심판에게 덤벼들었다.

방승환은 이후에도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퇴장을 거부했고, 인천 코칭스태프 두 명이 간신히 끌고 나왔다. 개천절 휴일인 이날 가족 단위로 경기장을 찾았던 팬들은 ‘축구’ 대신 ‘추태’를 봐야 했다.

 불과 닷새 전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는 상대 선수에게 침을 뱉은 에두(수원 삼성)에게 벌금 200만원과 두 경기 출장정지, 방송 카메라를 통해 욕설을 한 전재호(인천)에게 벌금 500만원, 전광판을 통해 리플레이를 한 인천 구단에는 벌금 1000만원의 징계를 했다. 같은 날 브라질에서는 반칙 후 상대 선수에게 고함을 친 선수에게 ‘120일 출장정지’라는 중징계가 내려졌다.

매가 아프지 않으면 매 맞는 일이 두렵지 않은 법이다. 연맹의 ‘솜방망이’ 징계는 확실히 학습효과가 있었다. 

광양=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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