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남북정상회담] 조명록·김국태 빠지고 김영일·김일철 새 얼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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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낮 평양 시내 4.25 문화회관 광장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북한군 의장대의 분열을 지켜보는 가운데 북측의 고위 인사들이 서 있다. 왼쪽 첫째부터 김영일 내각 총리, 김일철 인민무력부장,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 김정각 인민무력부 부부장. 이들은 북한의 내각.군.의회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평양=연합뉴스]

2일 낮 노무현 대통령 환영행사에는 북한의 권력 실세들이 출동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주관하는 '1호 행사'에 참석하는 인물은 북한의 권력층으로 분류된다. 이날 환영식에 참석한 권력 실세들의 면모는 2000년에 비해 상당히 바뀌었다. 등장인물도 13명에서 22명으로 늘었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영접행사에서 첫 자리에 도열한 김영일 내각 총리다. 2000년 1차 정상회담 때 순안공항 영접 행사에는 홍성남 당시 총리(현 함경남도 당 책임비서)가 나오지 않았다. 내각 총리의 위상이 더 높아지고 북한 지도부가 경협 논의에 거는 기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당 근로단체 및 수도건설부 제1부부장도 주목을 받았다. 그는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있던 2004년 초 "권력욕에 의한 분파 행위"를 이유로 업무 정지를 당하고 고급당학교에서 재교육을 받았다. 2005년 12월 공개석상에 복귀했다.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은 대남관계 총괄책임자 자격으로 참석했다. 2000년 김용순 대남비서가 맡았던 역할이다. 당 국제부장 출신인 김 부장은 김만복 국가정보원장과 2차 정상회담을 물밑에서 합의했다. 허담.김용순 등 당 국제부장 출신들이 통전부장으로 옮긴 뒤 남북 관계가 진전됐다는 점에서 그의 역할이 주목된다.

김 위원장의 외교 브레인으로 대미외교를 총괄하는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도 노 대통령에게 환영 인사를 했다.

우리의 국방부 장관에 해당하는 김일철 인민무력부장도 관심 대상이다. 그는 김장수 국방부 장관의 카운터파트다. 앞으로 서해상 북방한계선(NLL)과 비무장지대의 감시초소(GP) 철수 문제를 놓고 줄다리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순희 여성총동맹 위원장은 홍일점으로 참석했다. 2000년 정상회담 때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지만 현재 투병 중인 여원구 최고인민회의 부의장을 대신할 것으로 보인다. 환영식 사열을 지휘한 명예위병대장도 차민헌 대좌(대령)에서 서민한 대좌로 바뀌었다.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과 김영대 민화협 회장, 강석주 제1부상은 2000년 정상회담에 이어 이번에도 환영 행사에 나왔다.

김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과 김국태 노동당 비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올해 79세인 조명록은 2000년 정상회담 때 김국태.김용순 노동당 비서, 최태복 의장과 함께 비행기 트랩 아래까지 걸어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영접했다. 그는 북한에서 사실상 2인자로 평가되고 있으나 노환과 신장질환을 앓아 공식석상에 출현하지 않고 있다.

◆북한 최고 의전 전문가 전희정 건재=이날 김 위원장이 환영식장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90도로 인사한 후 구부정한 모습으로 환영식장을 설명하는 70대의 노인이 눈에 띄었다. 1980년대부터 고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의 모든 대외 의전을 맡아 온 전희정(77.사진) 국방위 외사국장이었다. 그는 1차 정상회담 때 순안공항에서 김 전 대통령을 기내 영접했다. 이번에도 4.25 문화회관에 나온 남북 정상을 곁에서 안내하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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