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경협 동시타결 모색/한미/핵중단 조건… 획기적조치 방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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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경수로 교체 지원 등도 포함/미,대북관계개선 빨라질듯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과 미국정부는 북한이 핵개발을 현상태에서 중단한다며 3각관계를 획기적으로 전환할 「중대한 제의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한미의 움직임은 당장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지만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한반도의 긴장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관계기사 3,4,5면>
▷한국◁
정부는 오는 7월25일 평양에서 열릴 역사적인 첫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진전시킬 수 있도록 북한의 경수로 교체 지원,상호 체제 인정과 관련된 「중대제의」를 할 방침인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또 북한핵문제를 해결하고 남북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더이상 전쟁재발의 불안·적대관계를 청산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북한이 핵개발계획을 동결하고 비핵화공동선언을 실천에 옮기겠다고 분명히 약속하면 이에 상응해 핵문제와 경제협력을 동시타결지을 획기적인 대북제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 말은 『첫 남북정상회담은 정상간의 만남에 의미를 두고 있다』는 일부 정부 당국자들의 발언과 달리 김영삼대통령이 이번 회담을 획기적인 남북관계의 진전 계기로 삼으려는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이는 북한이 7월8일로 예정된 북―미 3단계 고위급회담에서 현재의 핵개발계획을 완전히 동결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남북정상회담에서도 이를 거듭 밝힐 것이라는 전망속에 나온 것이어서 한·미·북한이 냉전이라는 현상 타파를 위해 중대한 움직임을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정부는 우리측의 획기적인 대북「중대제의」가 사전에 북측에 감지돼 우리측 전략이 노출될 것을 우려하는 가운데 김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여러 부처가 중대 제의 내용의 조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강영진·최원기기자〉
▷미국◁
미국 정부는 북―미 3단계 고위급회담에서 북한의 기존 핵프로그램을 중지시키는데 최우선 순위를 둘 것이며,북한이 진지하게 응할 경우 양측간의 전반적 관계 개선이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로버트 갈루치 미국무부 차관보가 29일 밝혔다.
갈루치차관보는 워싱턴의 전략및 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한반도 위기 관련 세미나에 참석,이같이 밝히고 북한의 「핵과거」 규명과 현재 북한이 추진중인 대형 원자로및 제2핵연료 재처리 라인의 건설 포기도 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이 북한의 핵과거 규명 노력을 사실상 포기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변하고,그러나 이와 관련한 미정책의 『방향이 바뀐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갈루치차관보는 북한 영변원자로와 재처리시설등은 규모가 작아 제거가 쉬운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흑연감속로 기술을 포기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경수로 지원이 재원및 공급상의 기술적 측면등으로 인해 몇달이 아닌 몇년이 걸릴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갈루치차관보는 이어 미정부가 3단계회담과 관련해 『한일이 어떤역할을 수행할지 현재 긴밀히 협의중』이라고 말해 경수로 지원을 위한 재원분담 방안등이 구체적으로 검토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미·일 협의에 대해서는 『북한과 3국 모두가 관계를 전반적으로 개선하는 방안도 협의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갈루치차관보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준수한다는 것은 미신고 2개 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특별사찰을 받아야 함을 의미하며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도 사찰대상이라는 미국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워싱턴=진창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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