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브레이스교수 경제시대로의 여행 미서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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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인간우둔함이 역사진로 결정”/21C앞두고 금세기 세계경제 총정리/현실참여 학자로서의 자신삶 회고도
미국의 경제사상가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하버드대명예교수(86)의 최신 저작인『경제시대로의 여행』(A Journey through Economic Time·미휴튼 미플린 컴퍼니간·2백55쪽)이 최근 미국에서 출간됐다.
『풍요로운 사회』『불확실성의 시대』『권력의 해부』등 수많은 명저의 저자로 잘 알려진 갤브레이스교수의 이번 저서는 두가지 점에서 그가 발표했던 기존 저작들과 구별되는 특징을 보인다.
21세기로 넘어가는 세기말적 전환기에서 지난 한 세기를 경제적 관점으로 정리하고 있는 점이 그렇고,인생의 황혼기를 맞아 자신이 살아온 80평생을 역사적 맥락에서 되돌아보고 있는 점이 그렇다.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일종의 회고록이자 20세기 세계경제에 대한 가이드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갤브레이스교수는 20세기 세계경제의 진로에 영향을 미쳤던 주요사건들을 아우르고 있다.그가 「대전쟁」이라고 고집하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증시대폭락,대공황,대전쟁의 마지막 전투(제2차세계대전),전후 경제회복과 번영,탈식민주 의·냉전과 그믿기 힘든 종식까지 20세기 세계사의 파란만장한 질곡 속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그것 뿐이었다면 이 책은 한 권의 평범한「20세기 경제사」에그치고 말았을지 모른다.하지만 이 책에서 갤브레이스교수는 자신의 독특한 시각과 체험을 녹여내고 있다.정통을 인정하지 않았던 우상파괴주의자로,순수이론경제를 경멸했던 현실경 제학자로,상아탑에 안주하기를 거부했던 참여학자로서의 날카로운 혜안과 경륜이 곳곳에서 번득이고 있다.바로 이 점에 이 책과 저자의 미덕이 있다는 평이다.
이 저서에서 갤브레이스교수는 난마처럼 얽혀 있는 방대한 경제현상을 명쾌하게 정리하면서 각 현상에 일관되게 흐르는 핵심을 끌어내 독자에게 제시한다.역사의 진로는 무엇보다 인간의 우둔함에 의해 결정된다는 신념이 그것이다.
그는 케인스를 가장 존경하는 학자로 꼽는다.『그의 이론은 선택적으로 채택되는데 그쳤고,역사적으로 특히 최근 들어서는 공급사이드 정책가들에 의해 왜곡되고 타락함으로써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면서 인간적 우둔함을 그 이유로 지적한다.
갤브레이스교수는 루스벨트정권 하에서 물가정책국장과 경제보장대책국장을 맡았고,케네디정권에서는 인도대사를 지내는등 현실정치에도 폭넓게 관여해 왔다.또 역사적으로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자신의 소신을 거리낌없이 밝혀 왔다.『보스나 폭 격에 매력을 느끼는 탁상전략가들에게 인간적 우둔함을 깨우쳐 주는 이 책은 유익한 교훈이 될 수 있을 것이다.』미국의 칼럼니스트 앨런 애벌슨의 서평은 혹시 북핵에 대한 폭격을 꿈꾸고 있을지 모르는 일부 전략가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을 것같다.〈배명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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