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흑자·미 적자 누적/“올것이 왔다”/「불당 백엔대」붕괴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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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채권·주식 등 3중저 “비상”/G7에 시장개입 요청할듯/내수확대­시장개방 등 일 적극대책 시급
일본엔화가 달러당 99엔대까지 치솟은 것은 미국의 인플레 우려와 회복세에 들어선 일·유럽경기가 직접원인이다.
최근 국제상품시세가 오른데다 계속되는 경기호조로 미국에서는 인플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이에따라 미 기관투자가들은 달러화 보유를 기피,일본의 주식과 엔화를 사들이는 투기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날 미 상무부가 발표한 4월중 미국의 대일무역적자는 54억8천만달러로 전월보다 5.6% 감소했으나 기관투자가들의 달러기피증으로 엔화는 강세를 보였다.물론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일본의 방대한 무역흑자와 미국의 적자가 계속된다는 점 이다.
이날 발표된 4월중 미국무역수지 적자는 84억달러로 전월보다 22%늘었으며 일본의 무역흑자도 여전하다.지난해 일본의 경상수지흑자는 1천2백20억달러였으며 미국경기회복으로 일본의 대미무역흑자는 전년도보다 11.8% 늘어난 5백11억 달러를 기록했다.이같은 현상이「엔고,달러화 약세」의 근본원인이다.
한편 달러화 약세로 인해 미국의 장기금리가 오르고 있다.장기금리지표중 하나인 미 30년짜리 국채이자율은 이날 한때 전날보보다 0.04%상승(채권가격은 하락)한 연7.5%를 기록했다.이 상태로 달러화 약세가 계속된다면 수입물가상승을 통해 금리가 또 오르는 악순환이 된다.이와함께 미국의 주식시세도 하락하고 있다.달러화·채권·주식값이 하락하는 이른바 「3중저」현상이 일어나고 있다.이는 미 금융·자본시장에 큰 혼란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따라서 미국이 일본등 선진 7개국(G―7)에 요청,외환시장에 협조개입할 가능성이 높다.무한정 엔고와 달러화 약세를방치할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은 21일 동경외환시장에 개입,한때 달러당 1백1대로 올랐던 엔화를 1백2엔대로 끌어내렸다.일본은행은 또 뉴욕연방은행과 달러화약세를 방지하기 위한 긴급협의에 들어갔다.그러나 근본적으로 일본의 무역수지흑자와 미국의 무역수지적 자가 해소되지 않는한 점진적인 엔고추세는 변함이 없을 것 같다.동경 외환시장에서는 엔화가 달러당 98엔에서 1백2엔대 사이를 오락가락 할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엔고가 다시 시작되면서 일본에서는 겨우 회복기미를 보이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경기가 회복되려던 순간 냉해와 급격한 엔고로 물거품이된 쓰라린 기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엔고는 일본기업의 수익감소와 미일경제협의에 큰 영향을 미친다.달러당 1엔이 오르면 소니는 40억엔,히타치(일립)제작소는 28억엔,도시바(동지)는 30억엔씩 매상이 줄어든다.닛산(일산)자동차는 연간 80억엔정도 수익이 감소한다.
이에따라 일정부는 엔고를 억제하기위한 근본대책으로 구체적인 시장개방책과 대대적인 공공투자 확대에 의한 내수확대안을 서둘러 내놓지 않을수 없게 됐다.
엔고는 오는 7월 나폴리 서방선진7개국(G7)정상회담 이전에 타결해야하는 미일포괄경제협의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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