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대선 영향력 노리나 북풍 효력 예전같지 않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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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을 이용해 한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 같으나 이른바 '북풍'의 영향은 과거처럼 크지 않을 것이다. 한국 유권자의 주요 관심사는 경제 성장과 삶의 질 향상이기 때문이다."

미국 워싱턴 아시아재단의 한반도 전문가인 스콧 스나이더(사진) 선임연구원은 지난달 2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 직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만난다는 게 흥미롭다"며 "이 후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백악관의 면담은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 위원장과 노무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뭘 노린다고 생각하나.

"김 위원장은 남한의 경제 지원을 계속 이끌어 내고, 남한 대선에 영향을 미쳐보겠다는 뜻에서 회담을 한다고 본다. 남한의 다음 정권이 북한에 더 우호적인 정책을 펴도록 유도하고, 그걸 통해 비핵화의 의무를 피해 보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다. 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부문에서 업적을 남기려고 회담을 하는 것 아닌가."

-미 행정부 일각에서 노 대통령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건 없나.

"노 대통령이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현상)에 빠진 상태에서 회담이 열린다. 이 점을 고려할 때 노 대통령이 미국의 국익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많은 일을 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노 대통령에게 주문하고 싶은 점은.

"정상회담에서 보여줄 행동과 합의가 대한민국의 국익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정상회담이 한국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걸로 보나.

"남한 선거에 대한 북한의 영향은 계속 감소돼 왔다. 이번 회담 결과가 대선을 앞둔 남한의 여론 형성에 부수적인 영향을 일부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현재 남한 유권자의 주요 관심사는 북한이 아니다."

-부시 대통령이 이명박 후보를 만나는 건 아주 이례적인 일인데.

"면담 결과는 어떤 의제를 설정하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본다."

◆스콧 스나이더=하버드대에서 동아시아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아시아재단 서울지부 대표로 약 4년간 한국에서 근무했다. 평화연구소, 아시아 소사이어티 등에서도 연구활동을 했으며 '벼랑 끝 협상 : 북한의 협상 행태' 등의 저서가 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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