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 방북후 DJ행보 빨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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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종교계 잇단 접촉·강연… 잦아진 남북문제 언급
카터전미대통령의 방북과 남북정상회담 합의이후 김대중아태평화재단이사장의 발걸음이 빨라졌다.자제하던 연설수도 늘고 있고 연설에 나선 그의 목소리와 억양도 어느 때보다 힘과 자신감이 넘친다.
특히 카터특사 파견을 제안했고 정부가 카터방북에 회의적일때『큰 역할을 할것』이라고 전망하는등 남북문제에 관한 그의 관측들이 정확히 들어맞으면서 그의 발언들이 한층 부각되고 있다.
측근들은 『김이사장의 오랜 지론이 일괄타결·카터 특사활용·당사자간 직접대화의 3원칙』이라고 말하고『평소 통일문제를 깊이 연구해온 결과』라고 자랑한다.
김이사장은 국내외 학자및 남북문제전문가와 폭넓게 만나 꾸준히의견을 교환하고 있으며 국내의 외신기자들과도 자주 접촉하는등 나름대로 식견을 갖추고 있고 정보량도 많다는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김이사장은 지난해 10월 방미때 애틀랜타에서 카터와 만나 자신의 북핵 일괄타결론을 역설한뒤 자신이 대선후 취득한 자료를 넘겨주는등 카터를 한반도 문제 전문가로「교육」시켰다고 동교동계사람들은 주장하고 있다.
지난 5월 방미때는 카터의 외국순방 관계로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카터 재단의 보좌진,이영작 인권문제연구소이사장등을 통해 구체적 협의를 나누었다고 한다.
동교동계 한 측근은『최근 6개월새 북한을 방문했던 미국의 빌리 그레이엄 목사,카네기재단의 셀릭 해리슨씨,재미언론인인 문명자씨중 한 사람이 김일성주석의 메시지를 카터에게 전달했다』며 『메시지 전달자가 DJ에게도 내용을 알려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김이사장이 카터 방북을 사전에 알 수 있었던 비결이다.
그는 최근 남북정상회담과 관련,『북측에서 우리측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제의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이 관측 역시 정보를 바탕으로 한 그동안의「쪽집게」때문에 범상치 않게 들리고 있다.
그는 요즘 물론 정치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고 있다.대신 종교계와의 접촉이 잦아졌고 남북문제 언급도 더욱 활발해졌다.
20일오후 원불교 종노교당에서 열린「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한 종교인 협의회」를 시작으로 21일에는 곤지암 소망교회에서의 강연회에 참석했고 26일에도 사당동 성당에서「통일과 민족의 장래」를 주제로 연설할 예정이다.
그는『종교인 여러분도 앞으로 2∼3년내 같은 신도를 찾아 북한을 왕래할 날이 쉬 온다』고 자신했고『해외 전문가들은 한국의 경우 신앙심깊은 종교인이 많아 이들이 남북 교류때 북에 있는 자기 신도를 찾아 포교도 하고 물자도 지원하면서 통일 작업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김현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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