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철로차단·도로 점거/과격시위 이젠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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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시대착오적 행태에 애꿎은 시민들만 피해/올들어 21차례나… 강력한 대책 시급/어제 영등포역시위 2백45명 연행
분·초를 다투는 바쁜 도시생활에 시민의 발을 묶는「교통방해 시위」를 도대체 언제까지 참고 보아야만 하는가.
남총련대학생들이 광주에서 열차를 강제로 세워 상경한지 3일만에 우루과이 라운드(UR)반대 시위에 참가한 농민·대학생들이 서울 영등포역에서 철길 운행을 가로막아 열차 운행이 중단되고 퇴근길 교통이 큰 혼잡을 빚는 소동이 벌어져 시민 들의 불만이 분노로 바뀌고 있다.〈관계기사 23면〉
철도·도로를 가로막는 교통방해 시위는 거미줄처럼 연결된 도시의 흐름을 끊어 국가경제 전체에 입히는 손실도 엄청나고 불특정 시민들이 수십분∼수시간씩 길거리에서 허송하는 개인적 피해를 보지만 피해 내용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아 별다른 구제대책도 없이 냉가슴만 앓게되는 실정이다.
집회신고만 하면 거의 모든 시위를 합법적으로 할수 있는 문민정부 아래서도 툭하면 벌어져 애매한 시민들에게 피해를 강요하는 교통방해 시위에 별단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높다.
20일 오후5시30분쯤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UR국회비준 반대 결의대회에 참가했던 농민·학생등 3백여명이 영등포역을 점거한채 이날 집회현장에서 연행된 농민·학생들의 석방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여 8개 전철,12개 국철등 20개편의 열차가 30분∼1시간씩 지연됐다.
시위대는 열차·전동차를 10분간씩 막았다가 다시 풀어주는등 열차운행을「통제」했고 이때문에 영등포역을 통과하려던 열차들이 수만명의 시민을 태운채 선로에 1시간여씩 멈춰서 있어야 했다.
또 영등포 일대 일반 승용차들의 소통도 2시간 가까이 완전히 마비상태에 빠졌다.
경찰은 여의도 집회과정에서 각목·쇠파이프등을 휘두르며 과격·폭력시위를 주도한 농민·학생등 40명을 포함해 선로 점거,동아일보사앞·영등포역앞 시위 관련 학생 1백40명· 농민 68명등 모두 2백45명을 연행,철야조사를 벌인뒤 21일 중 검찰과 협의해 이들의 신병을 처리할 방침이다.
UR반대 시위대는 영등포역 점거가 우발적임을 주장하고 있으나남총련 학생들이 17일 광주에서 열차를 강제로 세운 것은 처음부터 철저한 계산에 따른 행동이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검·경에 따르면 17일 오후4시쯤 조선대총학생회 사무실에서 남총련의장 양동훈군(23)등 간부 10여명이 열차를 강제 정차시키기로 하고 이날 오후11시25분쯤 양군 인솔아래 철로에 쓰레기를 태우고 라이터불로 신호를 한뒤 쇠파이프로 승강구문을 두드려 강제로 열차에 올랐다는 것이다.<2면에 계속>

<1면에 계속> 이에앞서 서울의 경우 지난달 17일 서총련서부지구 학생 1천8백여명이 연희동로터리를 오후4시부터 오후10시까지 점거했고 7일에는 단국대 학생들이 재단이사장 퇴진등을 요구하며 한남동로터리 입구를 점거, 강남·북의 교통이 오후내내 마비됐다.
지난달 13일에는 핵폐기장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경운기·트랙터등으로 부산∼울산간 국도를 점거했고 지난해 9월에는 논산군 주민 1천여명이 육군항공학교 이전에 반대하며 호남선 열차를 1시간동안 막기도 했었다.
경찰통계에 따르면 올4월말 현재 전체 시위는 2천7백74건으로 지난해에 비해 76% 증가했으나 철도·도로시위는 총21회로 지난해보다 1백63%나 늘어났다.
그러나 이같은 교통방해시위는 오히려 대다수 시민들로부터 비난받고 있다.
서경석경실련사무총장은 『시위대가 고의적으로 철도운행을 막기위해 선로를 점거했다면 UR반대라는 정당한 명분마저 훼손되고 일반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수 없을것이 뻔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태창운수 택시운전사 강대신씨(25)는 『20일 손님을 태우고 영등포역에 갔다 도로에 갇혀 사납금도 못채웠다』며 『시위대나 경찰에 맞아 부상 당한 사람만이 피해자가 아니라 교통방해를 당한모든 국민들이 피해자』라고 주장했다.〈이훈범·신성식·최상연·주재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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