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KBS.2TV 인생무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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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77년 겨울 단성사에서 개봉된『겨울여자』는 당시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운 영화다.개봉직전 이 영화로 데뷔한 김추련은 극장 간판 그리는 사람을 찾아갔다.자신의 얼굴을 크게 그려 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서다.그는 간판 그리는 사람을 포 장마차로 데려가 소주를 사면서『가진것도 없는 놈인데 이번에 꼭 성공해야 된다』며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심경을 털어놓았다.
며칠뒤 영화가 개봉됐을 때 간밤에 붙여진 간판을 보고 단성사측은 깜짝 놀랐다.당대의 스타인 신성일과 장미희 얼굴보다 김추련이 훨씬 큰데다「미남스타 김추련…」하는 문구까지 대문짝만 했기 때문이었다.
17일 밤11시 바로 그 극장간판 화가 백춘태씨를 초대한 KBS-2TV 대담프로『인생무대』는 음지의 장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차별화된 토크쇼다.인물이 다르기 때문에 대화내용도 다르다.
연예인 중심 토크쇼가 신변잡담으로 잔재미를 준다면 『인생무대』는 삶의 무게가 실린 이야기를 전해준다.
백춘태씨는 20대 초반에 영화간판 화가의 길로 들어서 30여년만에 간판 그리는 회사를 갖게된 인물.아무도 하지 않으려는 영화간판 일을 하면서도『젊을 때는 그림이 좋아서 며칠씩 집에도들어가지 않았다』는 얘기는 재미를 넘는 울림을 갖는다 그러면서도 대화내용이 무거운 방향으로 흐르지 않고 에피소드 중심으로 엮어지는 것도 이 프로의 장점이다.『강수연은 대충 그려도 닮은것 같은데 최진실은 아무리 신경을 써도 그려 놓고보면 안닮아 몇번씩 고쳐야 했다』는 등의 뒷얘기는 양념구실을 톡톡히 해내고있다.그만큼 제작진이 대화내용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재미. 감동을 모두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증거일 것이다.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한명의 진행자가 대본에 따라 질문하고 출연자가 대답하는 단조로운 형식으로 계속 진행되다보니 딱딱하고 지루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초대손님 이외에 매주 새로운 복수 질문자를기용하는등 포맷에 변화를 주어야 할듯 싶다.
〈南再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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