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고리안 성가 美.유럽 음반시장 강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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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스페인 수도승들이 부른 『그레고리안 성가』 음반이 유럽과 미국의 대중음악계를 강타,충격을 주고 있다.
스페인 실로스의 산토 도밍고 베네딕트 수도원의 수도승들이 합창한 『그레고리안 성가』곡집이 지난해부터 전유럽에서 1백40만장이상 판매되고 최근 미국에선 발매 6주만에 「빌보드」誌 앨범차트 5위에 랭크,5월말 현재 3위까지 오르는 등 놀라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러한 의외의 인기로 미국에서는 이 앨범과 유사한 표지로 다른 성가곡집이 발매돼 법정 소송 끝에 표지를 바꾸는 소동까지도벌어졌다.
사실 종교음악이 대중음악을 누르고 인기차트에 오른 것은 63년 「노래하는 수녀들」의 『도미니크』가 골드앨범을 달성한 이래처음 있는 일이다.
특히 『도미니크』가 대중음악에 가까운 흥겨운 노래였던 것과 비교해 원래의 음악 그대로 불린 엄숙하고 장엄한 『그레고리안 성가』가 음반판매시장을 석권하는 것에 대해 음반업계는 물론 대부분의 음악인들이 크게 놀라고 있다.
더구나 90년 이 『그레고리안 성가』를 주된 테마로 사용해 다분히 외설적인 음악으로 변용,크게 인기를 끌었던 「이니그마(Enigma)」의 음악보다 더욱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음악전문가들이 주로 즐겼던 『그레고리안 성가』가 일반인들에게도 친숙하게된 것에는 「이니그마」의 음악이 상당히 작용했다는 사실도 간과하기 어렵다.
예기치 못한 인기에 대해 수도원측은 『아무리 인기가 높아도 결코 록스타가 아닌 수도승일 뿐』이라며『이는 단지 성가로서 기도를 열심히 드린 결과』라고만 언급하고 있다.
『그레고리안 성가』는 약 9세기께 중세의 수도원에서 기원한 음악. 수백년간 구전돼 오다 중세말 악보화 작업이 이루어졌으나많은 변화와 왜곡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 음악의 본격적인 복원은 19세기중엽부터 진행되었는데 이번산토 도밍고 수도승들의 성가곡집도 일절 악기 연주 없이 특별한기교를 배제한 채 라틴어로 불린 것으로 중세 성가의 원형을 그대로 복원하려 애썼다.EMI社에서 출반예정.
〈郭輔炫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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