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 우즈와 맞짱 …‘사고’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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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호랑이는 내가 잡겠다.”

 2003년 대륙 간 골프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에서 최경주(나이키골프)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의 맞대결을 자청했다. 호주의 스튜어트 애플비와 짝을 이룬 최경주는 당시 우즈-찰스 하웰3세(미국) 조와 포섬 대결(Foursome:두 선수가 번갈아 공을 치는 방식)에서 선전을 펼쳤지만 4홀 차로 졌다.

 최경주가 다시 ‘호랑이 사냥’에 나섰다. 꼭 4년 만이다. 28일 새벽(한국시간) 캐나다 몬트리올 로열 몬트리올 골프장에서 개막한 프레지던츠컵 첫날 포섬 경기. 최경주의 파트너는 월드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 우즈를 두 차례나 꺾었던 호주의 신예 닉 오헌이다. 미국팀은 우즈와 하웰3세 그대로다. 최경주로서는 4년 만에 설욕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최경주가 우즈와 같은 조에서 맞대결을 펼친 것은 2002년 투어 챔피언십 3라운드를 시작으로 이제까지 10차례다.

우즈가 더 좋은 스코어를 낸 적이 많지만 최근 최경주의 상승세를 감안하면 호랑이 사냥을 못 한다는 법도 없다. 올해 2승을 거둔 최경주는 특히 페덱스컵 플레이오프에서도 선전을 펼치면서 샷에 물이 올랐다는 평가다.

 프레지던츠컵은 유럽을 제외한 세계선발팀이 미국과 맞붙는 대회로 양측에서 각각 12명의 선수가 출전해 포섬, 포볼(Four-ball:두 선수가 각각 경기를 펼쳐 좋은 스코어를 채택하는 방식), 싱글 매치플레이 방식으로 경기를 펼쳐 우승팀을 가린다. 올해로 7회째를 맞지만 세계선발팀이 승리를 거둔 건 한 차례에 불과하다. 역대 전적은 4승1무1패로 미국의 우세.

 2003년 대회에 와일드 카드로 출전했던 최경주는 올해는 선발 포인트 순위 6위에 올라 당당히 주전의 자리를 꿰찼다. 우즈와의 대결에서 흔들림이 없는 최경주에게 세계선발팀의 단장 개리 플레이어가 호랑이 사냥의 중책을 맡긴 것도 당연하다.

 첫날 포섬 경기는 1개의 공을 두 명의 선수가 번갈아 치면서 팀 매치플레이를 벌이는 방식이다. 객관적 전력에선 우즈-하웰3세가 앞선다. 우즈는 이제까지 프레지던츠컵 포섬 경기에서 5승2패1무를 기록했다. 하웰3세는 2승 무패다. 반면 최경주는 포섬 경기에선 2승3패다. 오헌 역시 포섬 경기에선 1승1패. 세계선발팀 부단장 이언 베이커-핀치는 “최경주와 오헌은 볼을 똑바로 보내는 선수다. 우즈와 하웰3세를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마이크 위어(캐나다)와 짝을 이뤄 미국의 필 미켈슨-우디 오스틴과 맞붙게 된 비제이 싱(피지)은 대회에 앞서 “필이 누군데? (Phil Who?)”라는 도발적인 발언으로 미켈슨을 자극하고 나섰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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