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톱5 '글로벌 카드' 야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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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이달 11일 오후 7시 서울 남대문로 5가 LG카드 본사. 남들은 퇴근할 시간이지만 이 회사에선 통합을 앞둔 도상훈련이 한창이었다. “각 팀장들에게 다섯 가지 과제가 주어졌다”는 방송이 나오자 직원들은 맡은 임무를 찾아 분주하게 움직였다.

척척 돌아가는 도상훈련은 그러나 100% 만족스럽지만은 않았다. 이날 LG카드 노조가 통합 카드사의 인사제도에 반발, 이를 철회하라고 요구하며 ‘붉은 조끼’를 입은 채 훈련에 임했기 때문이다. 이후 갈등 조정을 거쳐 19일 노사 양측은 인사제도 재검토에 합의했다.

LG·신한 카드가 합친 통합 신한카드가 다음달 1일 공식 출범한다. 통합사는 회원 수 1310만 명, 카드 사용액 44조7000억원(상반기 기준), 시장 점유율 25%에 달하는 국내 1위다. 사용액 기준으론 아시아 1위, 세계 10위권이다. 신한카드는 통합을 계기로 시장을 보다 확대하고 글로벌 카드사로 성장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세계 5위가 목표”=신한카드는 현재 세계 10위권인 순위를 조만간 5위권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당분간 통합과 기존 고객 이탈 방지에 주력하고, 내년 이후 본격적으로 시장 확대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통합사가 신한금융지주의 지원 아래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경우 시장 판도에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은 수성이 먼저다. 경쟁 카드사들은 그간 LG카드 때문에 공략에 나서지 못했던 범 LG그룹(LG·GS·LS) 계열사의 법인카드와 이들 회사의 임직원 개인카드(LG패밀리카드)에 벌써 군침을 흘리고 있다. 통합 신한 측은 “그간의 영업 노하우와 우호적 관계를 바탕으로 다양한 대응방안이 마련돼 있어 걱정하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27일엔 시장 확대 전략도 밝혔다. 1만 명에게 주유할인권을 주고 3200명에게 승용차·가전제품을 30~50% 할인 판매하는 등의 고객 행사가 시작이다.

◆열쇠는 ‘화합’=통합 신한카드의 일차 화두는 화합이다. 인수합병(M&A)의 실패가 대부분 불화에서 비롯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사장 직속으로 경영 혁신과 직원 교육을 담당하는 ‘변화추진본부’를 설치했다.

두 회사의 물리적·화학적 결합을 그만큼 중시한 것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아직 완전한 ‘감성 결합’이 이뤄지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지속적인 혁신과 교육을 통해 통합 시너지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신한이 LG를 인수했지만 직원은 신한이 350명, LG가 2400명이어서 통합 작업이 그리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사제도도 여전히 불씨다. 직원 평가 방식 등 통합 카드사의 신 인사제도에 LG노조가 강력히 반발, 인사안이 철회됐지만 새로운 인사제도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다시 갈등이 표출될 가능성도 있다. 신한·LG카드의 전산 통합에도 1년가량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데다 기존 LG 고객의 이탈 방지 등도 통합사가 풀어야 할 숙제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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