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읽기] 당신에게 주어진 '지금 이 순간'…'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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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작은 책 '선물'을 선물 받았다. 이 조그마한 두께의 선물을 잠자리 머리맡에 두기도, 가방 좁은 틈에 넣어 다니기도 하며 시간 날 때마다 아무데고 펼치면 나에게 기습적인 선물의 메시지를 조달해 주곤 한다. 하여 그 메시지들은 얼른 음악이 되기도 하고 누구를 향한 또 다른 선물로 변주해 보기도 한다.

다름 아닌 '시간의 선물'을 어딜 향해 풀어낼까를 고민하는 소소한 습관들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의 저자 스펜서 존슨의 작품인 이 책은 그의 전작과 맥을 같이 하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잊고 지냈던 내 모습에 관한 '발견의 기쁨'을 안겨주는 책이기에 나에게는 더없는 선물이다.

한 소년이 어린시절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성장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을 찾는 여정이 이 책의 줄거리다. 그 선물을 찾기 위해 소년은 어느 지혜로운 노인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노인은 그것이 무엇인지 바로 가르쳐주지 않고 소년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통해 찾아가도록 이끈다.

하지만 소년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을 쉽게 찾지 못하고 번번이 좌절하곤 한다. 어른이 된 소년은 직장에서 승진에 실패했을 때에도 불행을 느꼈고, 일을 할 때에는 항상 잡념에 빠져 있었으며, 여자 친구와는 매번 사랑에 실패하고 헤어졌다. 그럴 때마다 소년은 노인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그런데 소년이 노인에게서 들은 '선물'의 해답은 돈이나 권력, 당장의 눈부신 성공 같은 것들이 아니었다. 노인은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은 바로 현재의 순간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은 바로 지금이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어도 현재 이 순간 '옳은' 것에만 집중하면 우리는 더 행복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활력과 자신감을 얻어 그른 것도 처리할 수 있다."

지금의 나, 그리고 지금 내가 하는 일에 진정으로 집중한다면 그게 바로 행복이라는 것. 어찌보면 너무나 단순하여 시큰둥할 만한 이 사실이 내가 현재를 사는 가장 큰 빛이고 길이 되어 준다는 것을 나는 왜 몰랐는지, 혹 자꾸만 잊는지 정말 모를 일이다. 어쩜 안타깝게도 그것은 세월을 물처럼 흘려보내고 그처럼 '노인' 이라고 불릴 시절이라야 가능한 것인지 반문하며 나머지 남은 몇 줄에 반복하여 머물러 본다. 나에게 시간이 있다는 것, 그리고 현재에 살고 있다는 데 감사하며 말이다. 이것은 가만 있어도 받게 되는 선물이다. 깨달음이 있다면 난 언제나 선물을 받고 사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노인은 과거에서 교훈을 얻고 미래를 계획하라고 말한다. 현재와 과거와 미래는 우리의 삶에 소명이 있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 것, 이 때의 소명의식조차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일상을 살아가는 현실적인 자세다. 지금 이 순간 중요한 것에 몰두하는 것. 결국은 그것이 행복의 열쇠였던 것이다.

현재와 과거와 미래. 내가 늘 갖고 있는 선물, 난 이 소중한 꿈을 통해 언젠가 나와 '선물'이 동격이 될 수 있기를 꿈꾸어 본다. 시간을 통해 아름답게 흙처럼 식물처럼 가꾸어지는 내 모습이야말로 사랑하는 이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주는 가장 커다란 선물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참 신비한 일이기도 하다. 이 책의 원제인 'The Present'가 '현재' 라는 뜻을 가지고 있기도 한 이 책 속에는 정말 많은 선물이 들어 있는 것을 알겠다. 나에게는 오래도록 탈고하지 못하는 '편지'(1998년 발표) 두번째권에 대한 지침서도 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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