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수출부진 원인-높은 로열티.값싼 이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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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93년 하반기부터 국내 대형PC업체의 수출부진이 심화된 근본원인은 고유브랜드를 정착시키지 못한 것과 칩세트 조달가격이 높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三星電子.三寶컴퓨터.金星社.現代電子.大宇通信등 국내「빅5」의수출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해외 마케팅의 어려움과 로열티 가중을호소,수출이 회복되기 위해서는 이들 요인들이 먼저 해결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전자 수출 관계자는『컴퓨터 관련기술을 해외 업체로부터 로열티를 주고 사와 쓸 수밖에 없는 형편임은 물론 독자적인 상품기획보다는 손쉬운 한 단계 아래의 저가상품을 들고 해외로 나가는 것이 국내 업체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국전자공업진흥회 朴在麟이사는『하드디스크와 칩세트등 주요부품을 수입.조립해 수출하다보니 수출로 남는게 없다』며『그나마 IBM등 대형 업체에 납품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도 국내보다 값이 싼 臺灣등지로 떨어져 나가고 해외자 회사를 통한생산을 늘리고 있기 때문에 국내 업계가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등지에서의 독자적인 마케팅은 자동차업계의 현대자동차의 예에서 보듯이 10여년간 무수히 많은 광고비를 쏟아 부었음에도불구하고 어려운 형편이고 보면 기술자립도 안된 PC업체 마케팅의 경우「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되기 십상이라는 얘기다.
삼보컴퓨터등 일부 업체가 국내에서 생산된 경쟁력있는 제품만 부품형태로 수출하고 현지 자회사에서 조립,완제품을 생산하는 SKD방식으로 수출하고 있지만 미국 대형업체들의 가격인하 경쟁으로 그나마 채산성에서 어려움을 보이고 있다.
금성사 관계자는『가장 문제가 심각한 PC의 경우 업체들이 채산성이 맞지 않아 내수 위주로 방향을 선회했다』며 특별한 여건변화가 없는한 수출에 주력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등지에서 586PC시장이 최근 본격화되고 있는데 이 시장의 핵심인 펜티엄칩을 공급하는 인텔사가 국내 업체들에는 소규모로 구매한다는 이유로 40%이상 비싸게 판매하는 것도 PC수출의 어려움을 더해주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삼보컴퓨터의 한 관계자는『인텔의 이와 같은 칩공급이 계속되면국내 업체의 수출은 더욱 어려워져 586시장은 진입이 불가능할것』이라며 정부가 칩을 싼 값으로 일괄 구입해 업계에 공급하는대만의 경우를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 했다.
〈金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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