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수” 중국 붙들기 최종조율/한 외무 급거방중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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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제사회 북 설득 노력 이미 다했다” 설명/제재수위 결정위한 정보수집에도 주력
유엔 안보리의 대북한 제재결의가 임박한 가운데 정부의 외교노력도 막바지 총력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대통령 러시아 방문 수행중도에 급거 뉴욕을 방문한 한승주 외무장관은 8일 다시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북핵과 관련한 중국과의 거의 마지막 조율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 장관의 갑작스런 중국방문은 북핵문제에 대한 중국 역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입증해준 셈이다.
뉴욕에 머무는 동안 한 장관은 안보리 상임이사국 대표들·안보리 의장·유엔사무총장 등과 접촉·북학 핵문제를 해결하려는 한미 양국의 대화 노력이 모두 소진됐다는 점을 설명하고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관계자들로부터 대북 제재결의가 필요하다는 동의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는 과정에서 제재결의가 성사되기 위해서는 결국 예상대로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제재결의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의 입장이 관건이라는 점을 재확인하게 됐다.
한 장관은 중국방문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뉴욕에서 확인한 중국정부 입장은 「현 상황에서 안보리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많은 나라들의 생각에 중국이 선뜻 동조하지는 않지만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중국측에 거는 기대감을 완곡히 표시한 셈이다. 이와 관련,한 외교 관계자는 『중국정부의 현재 입장은 과연 대화노력이 완전히 소진됐느냐에 대해 의구심을 표시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중국정부 역시 현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국제사회의 인식에는 동의하고 있다』고 중국의 「미묘한」 변화에 유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9일 있을 한 장관과 전기침 중국외교부장의 회담과 관련,『한 장관은 북한을 설득하려는 국제사회의 대화노력이 모두 소진됐다는 점을 납득시키는데 모든 노력을 집중할 것』이라면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결국 좌절될 경우 중국이 입는 정치외교적 타격은 자지 않을 것이라는 의사도 내비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장관은 이번 중국 방문에서 제재결의 수위를 결정하기 위한 정보를 수집하는데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주 미국에서 열린 한·미·일 고위실무자 회의에서 제재결의에 담을 내용과 목표 등에 대해 대략적으로 합의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는 특히 북한에 대한 제재결의가 제재자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 북한이 국제사회의 요구에 응하도록 하는 수단임을 확인하고 북한이 타협할 수 있는 시간여유를 주기 위해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에 제재에 착수한다는 내용으로 한다는 것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시한을 정한 제재결의안을 마련한 것은 주로 중국의 입장을 고려한 것이라는게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아직도 대화노력이 모두 소진됐는지에 의구심을 표시하는 중국정부 입장을 감안,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시간여유를 주고 그마저도 북한이 응하지 않는다면 중국 역시 제재에 동참하기가 쉬워질 것 아니냐는 논리다.
한 장관은 『제재결의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이 나게 될 경우 그럴만한 상황이 있기 때문이고 중국도 이를 가로막을 입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이같은 입장을 강력히 피력했다. 그러나 중국이 과연 정부의 기대대로 행동할지는 실로 미지수다.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오는 11일 서울에서는 한일 외무장관 회담이 열리며 피터 타노프 미 국무차관도 방한,이홍구 통일원장관 및 한 장관을 면담한다.
이 자리에서는 중국 등의 반응을 확인한뒤 내주중 안보리 토의에 정식으로 회부할 제재 결의안의 내용을 최종 확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한 장관의 중국방문은 대북한 제재결의를 추진하는 한·미·일 3국의 외교노력을 「결산」해 주는 셈이다.<강영진기자>
◎한 외무 일문일답/“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땐 중·러 따를것”
『북한이 핵 투명성을 수용하도록 압력을 넣고 설득을 하는데는 역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안보리 차원에서의 일치된 행동을 위해서도,북한을 설득하는데도 중국의 협력이 긴요합니다.』
김영삼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에 수행하다 뉴욕으로 날아가 유엔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대사들을 일일이 만난 한승주 외무장관은 7일 북경행 비행기를 타기에 앞서 뉴욕특파원들과 만나 자신의 갑작스런 중국방문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현재 중국의 입장은 어떤 것입니까.
『안보리 차원에서 강력한 대응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선뜻 동조하고 있진않지만,적극 반대도 못하는 입장입니다. 북한과의 대화노력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점을 중국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다른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대북한제재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결론을 내리면,중국도 반대하진 못할 것입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결의에 반대하고 있다는데요.
『찬반의 차원이 아니라 토의를 통해 결의안을 만드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면 될 겁니다.』
­러시아는 제재조치 전에 8자회의를 개최하자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러나 러시아가 8자회의를 안보리 제재조치의 전제조건으로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재조치 강구에 러시아는 긍정적임에 틀림없습니다.』
­결의안이 안보리에서 채택된다면 그 시기는 언제쯤으로 예상되나요.
『금주안으로 결의안이 채택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안보리가 결의안을 채택할 경우 경고 결의안을 먼저 하느냐,곧바로 제재조치로 들어가느냐 하는 두가지 선택이 있을텐데 한국정부의 공식입장은.
『지금까지 한차례의 결의안과 두차례의 의장성명이 나갔으므로 굳이 경고절차를 또 밟는 것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고 봅니다.』
­경제제재 조치가 취해질 경우 북한이 남한의 현정권은 끝장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지 않습니까.
『제재조치로 인한 위험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위협적 언사 때문에 해야할 것을 못할순 없는 노릇 아닙니까.』<뉴욕=이장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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