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에서>극단반도 영원한 제국-소설劇化의 한계 노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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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극단 반도가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공연중인 『영원한 제국』은 인기소설의 劇化가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가를 실감케 해준다.
이인화 원작소설 『영원한 제국』은 조선조말 정조가 반개혁세력에 의해 독살되었다는 정조 독살설을 밑그림으로 추리적 구조와 현학적인 수사로 읽는 재미를 만끽하게 했던 작품.그러나 극단 반도의 『영원한…』은 흥행을 자신하지 못하는 대극 장에서의 史劇공연이라는 실험적.모험적 시도에도 불구,소설의 재미를 극화하는데는 일단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판소리.국악을 토대로 단순하면서도 극의 전개를 잘 살려낸 음악,잘 짜여진 배우들의 움직임이나 허공에 매단 다리위에서의 연기등은 이 극이 얼마나 의욕적인 무대인가를 보여주는 것들이다.
또 정조와 노론의 갈등을 교대로 대비시켜 풀어낸 후반부의 극적대비는 이 극의 압권이라 할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극 『영원한 제국』은 자기 목소리를 갖지못했다는 아쉬움을 갖게한다.한마디로 너무 원작에 끌려다닌 결과연극으로서의 작품해부나 새로운 해석없이 방대한 양의 소설을 그대로 무대위에 옮겨놓는데 그친 느낌이다.
소설의 현학적 수사를 너무 의식한 무대대사는 결과적으로 극의흐름을 너무 완만하게 했고 소설의 추리구조를 살리려는 노력은 단편적인 잦은 장면전환으로 처리되고 말아 극의 활력을 떨어뜨렸다.또 6~7차례의 각색 작업에도 불구,소설의 모든 것을 담아보려는 과욕은 극을 너무 설명으로 끌고 가는 오류를 범한 것으로 판단된다.결국 인기소설을 연극으로 다시 풀어내는 연출의 힘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흥행을 노린 번역극이 판치는 우리연극 현실에서 동시대 작가의 소설을 무대에 올린 창작극이자 우리것을 찾아내려는 어려운 시도라는점에서 극단 반도의 『영원한 제국』은 우리 연극사에 당당히 자리매김되어야 할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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