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회담 북핵해결 새 변수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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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유엔 안보리의 北韓핵 문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북한핵문제의 앞길이 매우 복잡해질 전망이다.
지금까지 북한핵 문제를 직접 다루는 당사자는 韓美 양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그리고 북한이었으며 그밖에 中國.日本이상당한 역할을 하는 양상으로 진행돼 왔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제재가 유엔 안보리에서 본격 논의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안보리 이사국들 각각의 의견이 크든 작든 북한핵문제의 진로에 반영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특히 북한핵 문제를 통해 냉전종식 이후 쇠퇴한 국제사회에서의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러시아나 기본적으로 韓美와는 다른 접근방식을 선호하는 中國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은 그들이 거부권을 가지는 나라라는 점에서 입김이 매우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북한핵 문제가 안보리에 상정될 때마다 韓美 양국이 가장 신경을 썼던 것은 주로 중국의 입장.
유엔무대에서 북한의 후견인 역할을 해온 중국은 북한핵협상으로미국은 북한의 핵투명성을,북한은 국제사회에 참여할 기회를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 아래『어떤 경우라도 대화를 통한 해결을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면서 안보리가 북 한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데 반대해 왔다.중국의 태도는 지난 3월말 북한에 추가사찰 수용을 촉구하는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미묘한 변화를 보였지만 아직도 기본적 입장은 바뀌지 않은 것으 로 보인다.
한편 안보리에서의 對北 제재 문제가 본격 거론되면서 과거에는美.英.프랑스 등 서방 상임이사국들의 의견에 이견을 드러내지 않던 러시아의 입장이 바뀌고 있다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3월 북한핵 문제 해결을 위한 南北韓.美.日.
中.러 6개국과 IAEA 그리고 유엔이 참여하는 이른바「8者회담」을 제안한 바 있다.
당시 러시아의 제안 의도는 냉전 종식과 舊蘇聯 해체 이후 주요한 국제이슈에서 소외돼온 러시아의 국제적 입지를 다시 넓히기위한 것으로 분석됐다.
韓美양국은 러시아의 제안이 북한핵 문제 해결을 매우 복잡하게만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우려해 반대하는 입장을 취해 왔다.
다만 북한핵 해결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반대의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나 안보리에서 對북한제재 문제가 본격 거론되기 시작한 6일 중국과 북한이 러시아가 제안한「多者회담」을 검토하고 있다는발언이 나와 韓美 양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북한은 최근까지도 북한핵 문제는 미국과 북한의 문제라면서 러시아의 제안을 일축해 왔으며 중국도 북한핵 문제를 국제문제로 다루는 것을 거부해왔다.
양국이 태도를 바꾼 것에 대해 당국자들은『전략적으로는 동의하지 않으면서 안보리의 제재결의를 늦추기 위한 전술적 차원의 대응』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재로선 金泳三 대통령이 러시아 방문중 러시아가 제재결의에 동참할 것임을 확약한 바 있다고 밝힌 대로 러시아는 안보리에 제재결의안이 상정되면 반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중국과 북한이 러시아의 제안을 명확히 지지하고 나설 경우 러시아의 태도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대화를 통한 해결 노력이 일단 실패하고 韓.美.日이「당근」보다는「채찍」을 앞세운 정책으로 전환하면서 북한핵 문제는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康英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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