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북핵제재/중국의 지지가 열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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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신고시설 특별사찰 아직 남아/북­국제사회 상당기간 힘겨루기
국제사회는 이번주부터 본격적인 대북한 제재추진에 돌입하면서 막바지 평화적인 해결 방안을 동시에 모색하고 있다.
한·미·일은 4일 워싱턴에서 유엔 안보리에 상정할 제재 결의안의 윤곽에 합의했으며 한승주 외무장관은 5일 뉴욕에 도착,6일 하룻동안 안보리이사국 대표들과 안보리 의장·유엔 사무총장 등을 만나 대북제재를 추진하는 한국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제재결의안이 안보리에 공식장정되는 것은 시간문제지만 대북 제재가 실행되는 시점이나 첫 제재조치의 내용이 무엇이냐 하는 것은 현재로선 예측하기 쉽지 않다. 제재추진에 임하는 한·미·일은 제재를 단계적으로 추진하지만 북한에 「분명한 교훈」을 줄 수 있는 실질적인 수준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따라서 일단 제재가 시작되면 북한이 타협하자고 나올 때까지 ▲무기금수 ▲남북한간 임가공 무역 등 각종 형태의 교역중단 ▲외화송금 중단 ▲석유금수와 제재를 강행하기 위한 보조수단으로 항공기 운항금지 ▲해상봉쇄 등이 차례로 부가되는 수순을 밟게 된다.
다만 제재를 추진하는데 있어 최소한 기권의 형식을 통해서라도 중국의 참여를 끌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는 한·미·일의 입장에 따라 첫 제재결의는 시한을 정한 경고 결의가 채택될 수도 있다는 예상도 있다.
한편 제재논의가 본격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핵문제의 당사자들은 아직도 대화를 통한 해결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유럽을 방문중인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유엔 안보리에 북한 5㎿ 원자로 연료봉 교체가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었다고 공식보고한 다음날인 4일 『북한이 아직도 제재를 피할 수 있는 시간여유는 남아 있다』고 말했다.
또 한스 블릭스 IAEA사무총장은 3일 안보리 보고에서 북한 핵연료봉 교체가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대화를 단절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제재를 추진하는 국면에서 이어지는 이같은 발언들은 대북 제재 추진의 목표가 제재자체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
사용후 핵연료봉 계측을 통한 북한의 과거 핵물질 전용을 확인할 방법이 사라진 현재 북한의 과거 핵활동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은 매우 제한돼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영변에 있는 2개 미신고 시설에 대한 특별사찰과 같은 것이 남아있다.
그러나 이곳에 대한 특별사찰 요구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북한은 지난해 2월 IAEA가 특별사찰을 요구한 것을 이유로 NPT 탈퇴선언을 하는 등 격렬한 반응을 보인 바 있으며 1년 넘게 진행된 북­미 대화에서도 특별사찰 문제는 거론하는 것 자체를 거부해왔다.
한미 양국이 제재를 추진하는 것은 이처럼 어려운 앞길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타협적인 자세가 되도록 만들어 놓지 않으면 안되리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막상 제재를 추진하면서도 북한을 쉽사리 굴복시킬 수 있을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북한 핵문제는 상당기간 새로운 수준의 대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북한과 국제사회간에 힘겨루기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강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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