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화제>월드컵 축구 아시안 유치싸고 등돌린 대만남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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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 개최권을 둘러싼 韓日간 공방전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대만에선 역시 같은해 열리는 2002년 아시안게임 유치문제를 놓고 남북의 두도시가 맞붙는「대만판 남북전쟁」이 터지고 말았다.
국립 대만대학교수인 샤주주우(夏鑄九)교수가 서슴없이 대만의 남북전쟁이라 부르는 사건의 두 주인공은 북쪽의 타이베이(臺北)와 남쪽의 가오슝(高雄).
당초 中華臺北(대만)올림픽위원회의 집행위원회가 두차례의 회의를 통해 대만 최대항구인 남쪽의 가오슝을 2002년 아시안게임의 대만 대표도시로 선정,부산(한국).자카르타(인도네시아)등과3파전을 벌인다는 계산이었다.그러나 얼마후 수도 인 타이베이가대만대표권을 주장하면서 갑자기 상황이 돌변했다.사전조정에 실패,급기야 지난 7일엔 전체회의에서의 표대결이란 극한 투쟁까지 불사한 두도시의 싸움은 전체 52명의 위원중 과반수가 조금 넘는 28명(약54%)의 지지를 획득 한 타이베이의 판정승.하지만 이로 인해 촉발된 남북의 지역감정 싸움은 대만 전체를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타이베이 시장 황따저우(黃大洲)가 투표전 각 협회에 25만元(臺幣.약8백만원)씩을 돌렸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흥분한 가오슝시민들이 대만올림픽기를 공개적으로 불사르는 과격행동으로까지 이어졌다.신문을 통한 두도시간의 격렬한 상호비난이 전개되면서 남쪽 펑후현(澎湖縣)현장인 가오즈펑(高植澎)씨는 심지어『남북이 각자 독립하자』는 극단의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같은 남측의 격한 반응은 바로 국민당정부 집권이래 지난 40년간 가오슝등의 남부지역이「重北輕南」의 정책아래 소외돼왔다는울분의 소산인 것이다.
사실 역사적으로 볼때 청나라나 일본 점령하등 오랜세월동안 대만발전의 중심핵은 북쪽이 아닌 중.남부지역이었다.그러던 것이 국민당이 집권하면서 모든 정책이 북쪽 중심이 되었다.
근착 亞洲週刊에 따르면 蔣經國시대의 10대건설에서 현재의 6개년국가건설계획은 물론 행정원의 국토종합개발계획등 모든 것이 북쪽위주다.2백40만 타이베이 시민의 식수를 위해 1천억元이 투자된 반면 1백40만명의 가오슝엔 불과 20■元 만이 책정돼식수원마저 제대로 정비되지 못했는가하면 공립대학도 18대2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또 각종 세금을 타이베이가 독차지하는 것도 가오슝의 불만을 사 지난번엔 한 업체가 가오슝현으로부터 석연치않은 위법영업을 구실로 단전.단수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말도 북쪽이 표준어로 통일된데 비해 남쪽은 대륙 福建省의 방언인 민난위 를 공공집회에서도 사용,지역감정을 거리낌없이 노출시키고 있다.
가오슝은 이번 2002년 아시안게임을 유치,2000년대 아시아의 유명 항구도시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한다는 야심찬 계획이었으나 이마저 북쪽의 라이벌인 타이베이에 빼앗겼다는 울분이 큰것이다. 가오슝의 獅子會.靑商會등 각종 단체들의 조직적인 항의활동등 2002년 아시안게임 개최를 둘러싸고 촉발된 대만 남북두 도시의 깊어진 골은 좀처럼 메우기 어려울 전망이다.
[홍콩=劉尙哲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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