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서 살아나는 3차원 정보-홀로그래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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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검객의 예리한 칼끝이「쉬익-」소리를 내며 화면밖으로 찌를듯 튀어나온다.시청자는 순간 움찔하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비명을지른다. 드라마의 미녀 주인공이 애처롭게 흘리는 눈물이 금방이라도 방바닥에 뚝뚝 떨어질 것 같다.당신은 나지막한 소리로『자,닦으세요』라고 손수건을 건네야만 하는 심정이 될지도 모른다. 빠르면 오는 2010년께 우리는 지금과는 화상이 전혀 다른TV를 보면서 이같은 느낌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홀로그래피」라는 첨단 과학기술이 TV를 「面」이 아닌「입체」영상으로 바꿔놓을 것이기 때문이다.홀로그래피 TV는 보는 각도 에 따라 시청자에게 전혀 다른 영상을 보여 줄 것이다.전면에서 보면 발랄하게 웃는 최진실양의 모습도 밑에서 위쪽으로 치켜 보면 턱밑에지는 주름이 부각돼 나타날 것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첨단시각연구센터는 수년전 가로.세로 각 3㎝의 초소형 홀로그래피 TV를 시험적으로 제작하는데 성공한 바 있다.
홀로그래피 TV는 기술적인 몇가지 큰 문제점만 해결된다면 늦어도 21세기 중반에는 각 가정의 안방을 파고들 것으로 예상된다. 환상의 3차원 기술로 불리는 홀로그래피 기술은 이미 액세서리.크레디트카드.비파괴검사등 생활주변과 산업의 현장에 깊숙이파고 들어와 자리잡고 있다.
장미꽃이나 여인상을 홀로그래피로 담은 목걸이나 시계는 연인사이에 사랑의 징표로 한결 빛을 발하고 있다.또 크레디트 카드의한 구석에 새겨진 비둘기나 세계지도 모양등의 홀로그램 스티커는카드의 위조를 막는 구실도 한다.
최근「홀로그래피 干涉計」를 개발한 한국원자력연구소 金哲中박사는『홀로그래피는 물이나 공기의 흐름.진동등을 측정함으로써 물체내.외부의 결함을 찾아내는 비파괴검사의 수단으로도 널리 쓰인다』며 간섭계를 이용하면 비행기 동체의 균열등 결 함상태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홀로그래피는 매장을 찾는 고객들의 발길을 붙잡아 둘 수 있는전시수단으로도 크게 각광받고 있다.수년전 뉴욕 맨해튼의 한 보석상은 손목에 다이아몬드를 걸고 있는 여성의 손목 모양을 한 홀로그래피 작품을 쇼윈도에 내걸어 지나가던 행인 들이 우산대로목걸이를 낚아채려 했다는 얘기도 있을 만큼 홀로그래피의 흡인력은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해 엑스포에서도 각 전시관들이 앞다투어 홀로그래피를 이용해 관객들을 붙들려 했었다.
그러나 국내의 홀로그래피 기술은 아직 미국.일본 등 외국에 비하면 초보적인 수준을 막 벗어난 정도에 불과하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孫廷榮박사(정보전자연구부 책임연구원)는『유럽은 물론 남미국가들만 해도 국보급 보물들을 홀로그래피화하는 사업을 추진할 정도로 실용화에 우리보다 선진국에 한걸음 더 가까이 접근해 있다』고 말하고 홀로그래피 기술이 컴 퓨터 기술과접목되면 의료영상의 3차원적 합성,가상현실감등을 재현하는데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金昶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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