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제도 근본개혁 필요-유산 안물려주기 모임 孫鳳鎬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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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부모만 잘 만나면 땀흘려 일하지 않고도 떵떵거리며 살 수 있는 우리 현실에서는 언제 또 제2,제3의 朴漢相군 사건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84년「유산 물려주지 않기 운동」(中央日報28일字 1면보도)을 발의하고 10년째 운동을 계속하고 있는 孫鳳鎬교수(서울대)는『뜻있는 분들 사이에서 조용하게 진행돼온 이 운동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회전반으로 확산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 자식 잘살기를 바라지 않는 부모가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고 반문하는 孫교수는『그러나 요즘 부모의 참도리란 자식들에게물질적 풍요를 누리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올바로 키우고 잘 가르쳐 건강하고 정상적인 사회인을 만드는 것임을 모든 부모들은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모임의 회원신분은「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말씀에 따라 철저한 비밀이 원칙이다.이때문에 서울대 사범대에서 함께 근무했던 李榮德총리가 이 모임의 회원인 사실을中央日報 보도를 보고 알게 됐다고 孫교수는 말했 다.
『이 운동에 참여한 부모들은「내 재산은 너희들에게 돌아가지 않는다」고 미리 못박아두었고 대부분 자녀들 또한 부모의 뜻을 잘 이해해「서운함」보다는 자신들의 길을 스스로 개척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孫교수 자신도 아직 대학생인 자녀들에게이같은 사실을 일찌감치 통보해 두었지만「원망」은 커녕 오히려 자립심을 키우는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생전에 이미 많은 재산을 내놓아「死後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규정을 위반(?)하는 회원도 많습니다.이렇게 앞서 나서지않고 훌륭한 일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 우리사회가 이나마 유지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최근 이름만 대면 당장 알수있는 한 사업가 회원도 규정을 위반하며 생전에 수백억원짜리 부동산을 장애인병원 설립부지로 선뜻 내놓은 사례도 있다는 孫교수의 설명이다.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재산은 사실상 불로소득입니다.그 재산도 따지고 보면 혼자만의 힘으로 벌어들인게 아닙니다.일정부분은 사회적 조건에 힘입어 재산형성이 가능했다고 봐야죠.따라서 우리나라도 사회보장제도가 발달된 선진국처럼 상속세율을 높여 이를 사회복지를 위한 재정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孫교수는 개인적 차원의 결단으로 가능한「유산 물려주지 않기」에서 한걸음 더나아가 부모의 재산을 고스란히 물려받는 우리의 상속제도에 근본적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芮榮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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