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전세계 유력인사에 '석유 뇌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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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이라크의 중립 일간 알마다는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이 1999년 한 해 국제 인사 및 단체들에 할당한 석유배당권 대상자 명단을 입수해 25일 공개했다. 종전 후 소문으로 떠돌던 '원유 뇌물설'이 바그다드 함락 직후 약탈당한 석유부 문서들에 의해 일부 확인된 셈이다.

이 문서엔 46개국 2백70여명의 인사.단체의 이름과 함께 '석유 배당량'이 기록돼 있다. 1996~2003년 이라크에서 시행되고 있던 유엔의 오일-식량교환 프로그램 아래서 '석유 배당량'은 이들 인사.단체가 거래할 수 있는 이라크 석유의 양을 의미한다. 이라크는 유엔과의 합의하에 자국이 수출하는 석유를 살 수 있는 배당권을 주변국에 발행해 왔다. 당시 이라크 원유에 대한 수요가 높아 배당권은 배럴당 10~30센트에 거래됐다.

문제는 이 배당권이 정식 원유 수입업자 외에 후세인 정권을 지지하는 국내외 인사들에게도 배포된 것. 석유를 할당받은 사람 가운데에는 쟁쟁한 국제적 인사의 이름도 상당수 있다. 인도네시아의 메가와티 대통령 1백만배럴, 러시아의 극우지도자 지리노프스키 7천9백만배럴, 이집트의 전 대통령 나세르의 아들 1천6백50만배럴, 오만의 저널리스트 1천7백만배럴, 프랑스 파스쿠아 전 내무장관 1천2백만배럴 등이다. 그러나 이들이 실제 배당권을 행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명단에 포함된 요르단의 사업가 파와즈 주라이카트는 "쿠폰을 받아 원유수출을 중재하면 배럴당 10센트의 이익이 난다"며 "하지만 이 같은 거래는 모두 합법적인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보도 직후 이라크 당국은 본격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이라크 석유부는 관련자 조사를 끝낸 뒤 소송을 제기할 것이며 뇌물로 해외에 유출된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인터폴(국제형사기구)에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도통치위도 같은 입장이다. 요르단과 불가리아 정부는 "명단에 포함된 자국인들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29일 밝혔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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