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채환, 만삭의 열연… 임신 8개월에 연극 무대 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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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홑몸이 아니라 동작은 좀 둔해요. 그래도 걱정마세요. 아기가 나오진 않으니까요."

지난 27일 대학로 행복한극장에서 연극 '오르골'의 막이 오르기 직전 탤런트 송채환(36)이 던진 인사말이다. 그는 앉으나 서나 조심해야 할 임신 8개월의 몸. 뒤늦게 눈치챈 객석에선 "오~와!"하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만삭의 몸으로 무대에 오르는 송채환의 열연이 대학로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공연 중에도 태동을 느낀다는 송채환은 "내 연기는 앞으로 태어날 아기에게 주는 엄마의 첫 선물"이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영화학도인 남편도 반대했다. 다소 늦은 나이라 걱정이 더 컸다. 담당 의사로부터 "적절한 운동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서야 남편의 반대도 꺾였다.

그러나 쉬운 일은 아니었다. 연극 '오르골'은 소년과 소녀가 일생에 걸쳐 편지로 주고 받는 애잔한 사랑이야기. 문제는 '2인극'이란 점이었다. 송채환은 남자배우 이황의와 함께 둘이서 90분 내내 무대를 지켜야 한다. 끊임없이 대사를 던져야 하고, 배우의 퇴장은 단 한 장면도 없다. 이날 송채환은 아예 조그만 물병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 극중에서 자연스럽게 물을 마셨다. 아기와 연기, 모두를 배려하는 세심함이었다.

객석에선 '혹시라도'하고 염려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송채환은 앳된 소녀에서 카뮈의 죽음을 슬퍼하는 여대생, 엇나가는 사랑에 평생을 아파하는 주인공 '민이정'역을 또박또박 되살렸다. 막이 내릴 땐 극중 흘린 눈물 때문에 붉어진 눈으로 인사를 했다. 객석에서 날아드는 박수소리는 좀체 멈추지 않았다. 2월 15일까지 대학로 행복한극장. 02-747-2090.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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