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펑키·힙합 …‘수궁가’를 랩 하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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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국악창작곡 개발-21세기 한국음악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받은 퓨전 국악 그룹 ‘락(樂)’. 10명의 멤버들이 한국과 서양의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고 판소리를 힙합과 섞어 부르며 21세기 국악의 새로운 모습을 펼쳐보였다.


판소리 ‘수궁가’ 중 토끼 간을 구하러 난생 처음 육지에 나가야 하는 별주부의 심정을 신세대 국악인들은 어떻게 그렸을까. 정답은 ‘난감하네’다. 이 말을 제목으로 붙인 곡에서 별주부 역할의 보컬은 마치 랩을 하듯 운율을 맞추고 손을 휘저어 가며 난감한 마음을 노래한다. “가사요? 전체적으로 어이가 없지요. 하하.”

 즐겁게 국악을 한다는 그룹 ‘퓨전국악 프로젝트 락(樂)’의 리더 심영섭(30)씨는 이렇게 말한다. 그가 작곡한 ‘난감하네’로 ‘락’은 12일 막을 내린 ‘2007 국악창작곡 개발-21C 한국음악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이 행사는 문화관광부와 국악방송이 최근 불기 시작한 퓨전 국악의 열풍을 더욱 돋우기 위해 만든 자리. 저마다 개성을 강조하는 86개의 퓨전 국악팀이 참가했다. 국악을 듣기 쉽게 바꿔부르는 젊은 세대 음악인들이다. ‘락’은 이중에서도 톡톡 튀는 감각을 선보이며 1000만원의 상금이 걸린 ‘21C 한국음악상’을 거머줬다.

 ‘락’의 가장 큰 특징은 멤버가 많다는 점이다. 보통 4~5명인 다른 그룹과 달리 멤버가 10명이나 된다. 용인대학교에서 거문고를 전공한 심씨는 “각종 악기를 활용해 더 풍성한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한다. 뮤지컬 음악을 경험한 베이스 주자(오승현·28)와 가요작곡을 공부한 건반 연주자(유태환·28) 등 다양한 분야의 경험들도 겹쳐 음악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특히 모든 멤버가 작곡·편곡을 할 수 있다는 점은 자유로운 음악활동을 가능하게 했다.

 뿐만 아니다. 이들 10명 중 7명은 모두 정통 국악을 공부한 경험이 있다. 가야금을 제외한 대금·거문고 등은 모두 개량하지 않은 국악기를 쓰고 있다. “국악을 전공한 경험 때문에 기존 국악의 문제점과 변화 방향을 충분히 고민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내린 결론이 ‘즐거움’이다. “3박을 기본으로 하는 국악과 짝수박으로 나눠지는 펑키·힙합을 자유자재로 섞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즐기기 때문에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렵게 만들어 즐겁게 듣는 음악’을 만드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퓨전 국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인식도 좋아지는 만큼 주변에서의 격려도 많다. 심씨는 “국악과 교수님들이 싫어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오히려 아이디어도 많이 주시고 격려를 많이 해주신다”고 말했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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