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이대표 권위 일단“흠집”/비주류총무…민주당 앞날 어떻게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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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인9색 집안」에 한가지 고민 더 는샘/「후보­당권분리」 주장 다시 제기 가능성
비주류의 신기하후보가 동교동계를 포함한 범주류의 후원을 업는 김태식후보를 2대 총무경선에서 꺾은 「금요일의 대반란」이 향후 민주당의 세력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정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신 의원의 승리가 김대중 아태평화재단 이사장의 정계복귀에 관한 관심이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 벌어진 예상치 않던 돌풍이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총무경선에서 김 이사장 본인은 초연한 입장아래 중립을 표명했지만 그의 동교동계가 이끄는 내외문제연구소측이 김 의원을 사실상 공식 지지하고 나섰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김 이사장의 권위에 손상을 입힌 셈이 됐다.
동교동계는 『김 이사장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면서 그의 영향력에 금이 간 것은 아니라고 항변한다.
그러나 이번 투표결과 주류측에서 최소 15∼20표가 이탈하고,비주류측이 똘똘 뭉치게 된 이유중 하나로 「반동교동 정서」의 표출을 꼽고 있다.
김 이사장의 동교동계와 함께 이기택대표도 지도력에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현 총무 유임을 반대한 의원들의 정서속엔 이 대표의 결단력 부족 등 지도력에 대한 불만도 많이 담겨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신임 신 총무가 비주류의 지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점을 감안할 때 이 대표로선 9인9색의 집안살림에 한가지 고민이 더 늘어난 셈이다.
비주류의 목청이 더욱 거세어질 것이 뻔한 만큼 사사건건 피곤한 당내 싸움을 이끌어야 한다.
이 때문에 비주류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동교동(DJ)과 북아현동(이 대표)의 유대가 더욱 굳어질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으나 동교동측의 조심스러운 태도로 한계에 부닥칠 수도 있다.
또 이 대표는 신 총무와의 개인적 유대관계를 획기적으로 증대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으며 동교동측도 신 총무를 끌어들이려 할 것이다.
이와별도로 김상현고문측이 경선전부터 주장하던 「후보(이 대표)­당권(김 고문) 분리구상」이 수면위로 다시 올라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물론 아직은 김 고문측의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아연 활기를 띠는 것이 김상현·정대철고문쪽과 개혁모임이다.
신 총무가 어렵게 따낸 총무직을 계파보스인 김 고문의 당권 도전에 헌납할지는 의문이지만 김 고문은 일단 이번 경선을 계기로 최근의 복잡한 여러 구상에서 해방,조기 전당대회론을 다시 들고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개혁모임은 이부영·임채정 두 대표자가 적극적으로 뛰어 이번 경선의 표 향방에 상당한 변수역할을 했으며,동교동­KT의 범주류에 가장 상반되는 정치적 입장과 비전을 갖고 있는 만큼 경선이후의 당분위기를 잡아나가는데 있어서는 정면에 나설 전망이다.
한편 이같은 결과를 놓고 이 대표의 DJ에 대한 고의적 반란이란 소문도 나돌고 있다.
이 대표가 『최근 DJ 발언에 대한 정부·여당의 태도 등으로 보아 상도동과의 일전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고 원칙론자인 신 의원의 당선을 위해 「절반의 중립」을 지켰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번 경선결과는 김 이사장측과 이 대표간의 미묘한 갈등 기류를 형성시킨 일면이 없지 않다.
따라서 당내 범주류의 후퇴와 이 공백을 메울 새로운 주류의 탄생을 위한 합종연형을 예고하는 측면과 함께 장기적으로는 정계개편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김현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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