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비」 내리는 북경(한반도 뒤덮는 중국공해: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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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흙탕 씻어내는 세탁비 연2천억/산성비에 부식된 건물 붕괴위험
「먼지의 도시」 북경에 갑자기 비가 내리면 단수소동이 벌어진다.
새하얀 와이셔츠는 순식간에 황토빛으로 변하고 번쩍거리던 자동차도 흙탕물로 세차한 꼴이 되며,간판도 온통 흙칠이 된다.
대기중의 공해먼지가 빗물에 씻겨 「흙비」가 내리는 것이다.
『비가 오면 오히려 「갈수기」가 돼요. 빨래하고 청소하느라 물사용량이 급증하기 때문이지요.』
중국의 대기오염에 의한 경제손실추산 항목에 「가정의 세탁비용」이 포함돼 있다. 자체추산한 연간 손실액은 2천여억원.
이처럼 황하유역의 도시들은 연중 부는 누런 먼지 바람과 거무튀튀한 매연으로 구름없는 날에도 항공촬영이 불가능해 「미국의 군사위성으로부터 가장 안전한 지대(?)」라는 농담이 중국인들사이에 오간다.
북경당국은 먼지공해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기 위해 밤이면 대대적으로 도로 물뿌리기 작업을 펴지만 낮이 되면 천안문과 자금성은 또다시 뽀얀 먼지속에 잠겨버린다.
특히 기원전부터 계속돼온 황사철이 되면 북경은 사막 한가운데의 신기루처럼 도시전체가 가물거린다.
여인들은 사건(모래먼지를 막기위해 얼굴 전체를 덮는 망사같은 천)이 필수휴대품이고,도시마다 나무를 애지중지한다.
시내외곽 북진집단의 경우 주택 아파트분양사무소의 정문은 도로쪽이 아닌 골목쪽에 나있다.
정면 도로에 10년생이나 될까한 미루나무가 한그루 서 있기 때문이다.
『나무를 베어내면 벌금이 1억원이나 되는데다가 당국의 허가를 받기도 어려워 아예 정문위치를 옮겼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것은 이같은 먼지속에 최근들어 중금속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북경기상관측소가 최근 측정한 결과 먼지중 납·구리·아연·카드뮴·망간·철이 각각 0.004∼14.6ppb가량 함유돼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찾아온 황사는 모두 다섯차례. 이 기간중 중국에서 유입된 황사의 양은 5백50만∼9백50만t으로 한중 대기과학연구센터측은 추정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북경에서 검출된 중금속이 그대로 들어있다.
운하와 수로를 따라 중공업지역이 밀집해 있는 양자강유역의 산은 봄이 돼도 여전히 가을빛이다.
거무튀튀하게 변한 나뭇잎은 푸른빛을 되찾지 못하고 봄속의 낙엽이 돼 한잎두잎 떨어진다.
공업도시 중경인근의 산은 이미 56%가 성장을 중지했으며,공자가 태어난 산동반도 곡부부근 제남도 산림의 절반이 황폐화됐다. 바로 산성비 때문이다.
양자강 유역 대부분 지역의 강우산성도가 평균 PH5.0이하이며,중경·장사·항주 등에는 PH4.0이하의 강산성비가 내린다.
지난해 장사지역에 내린 비는 PH3.31로 기준치를 무려 1백95배나 초과,아예 빙초산이 내린 셈이다.
『중경에서는 60년대이래 도로변 가로수를 세번이나 다시 심었어요. 공해·산성비로 말라죽었기 때문이지요.』
교각·빌딩 등도 석회분이 산성비에 용해되면서 심하게 부식돼 일부는 붕괴위험까지 안고 있다.
이같은 산성비로 농작물·산림·건축물피해는 연간 7천여억원으로 자체 집계됐다.
결국 중국의 북부지방은 중금속이 섞인 공해먼지로,남부지방은 산성비로 황폐화되고 있는 것이다.
환경을 무시한채 진행되는 개발의 결과 현재 중국의 대기오염에 의한 피해액은 연간 1조2천억원.호흡기병 등 각종 질병에 따른 인체건강의 손실액이 3천7백64억원,농작물손실 4천6백20억원,세탁비용 2천억원,목축손실 6천만원 등 국민총생산의 0.5%를 차지한다.
우리나라에 불어오는 황사와 산성비의 본고장 모습이다.<북경=박종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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