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공부] 길어진 추석연휴, 아이들과 민속놀이 해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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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주연 ('행복한 나무' 제공)

‘아이들에게 모든 놀이는 교육이다’.
놀이교육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다양한 놀이교육 프로그램에 자녀를 맡기는 부모가 늘고 있다. 유아교육 전문가 이원영(중앙대) 교수는 그러나 “아이들이 가장 바라는 장난감은 부모 자신이다”라고 말한다. 부모들이 바쁘다는 핑계로 혹은 전문가에게 맡기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아이와 직접 놀아주는 걸 소홀히하지는 않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이 곧 놀이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모든 놀이는 교육이 된다. 이번 추석 연휴엔 전래놀이를 통해 자녀와 함께 신나게 놀아보는 것은 어떨까. 전래놀이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장난감으로 삼는 생활밀착형 놀이다. 주변의 모든 것을 놀이의 대상으로 삼는 과정에서 창의력도 개발된다.

전래놀이 50가지가 담긴 『아빠랑 아이랑 친구되는 행복한 놀이』의 저자 천신애(27·여)씨의 도움말을 들었다.

◆투호놀이=명절 때 민속놀이마당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놀이다. 청동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져 집어넣는 간단한 게임이다.

부모가 조금만 솜씨를 발휘하면 근사한 ‘홈 메이드’ 투호놀이 세트를 만들 수 있다. 신문지를 돌돌 말아 투명 테이프로 예쁘게 고정한 뒤 한쪽 끝을 가위로 잘게 잘라 술을 만들면 그럴 듯한 화살이 완성된다. 더 간단하게는 색색의 비닐 봉지를 띠처럼 길게 잘라낸 뒤 테이프로 동전에 붙이면 된다. 통은 깡통이나 깨끗한 쓰레기통 등 적당한 용기를 사용하면 된다. 구멍의 크기가 다른 다양한 통을 사용해 난이도를 높이는 것도 방법이다.

엄마 편, 아빠 편 등 자녀와 편을 갈라 던져 많이 집어넣는 쪽이 이긴다. 자녀에겐 좀 더 가까운 거리에서 던지게 하는 등 규칙을 정한다. 천씨는 “놀이는 아이가 사회를 경험하는 방식”이라며 “놀이에 맞는 규칙을 상황에 따라 재빠르게 이해하는 것으로 인지력·이해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산가지놀이=산(算)가지는 숫자를 헤아리기 위한 나뭇가지다. 원래는 셈을 하는 도구로 각 숫자를 표현하는 산가지의 배열 방식이 있고 이를 규칙에 따라 바꾸면 사칙연산도 가능하다. 셈법과 다양한 놀이법을 소개한 산가지놀이 세트는 시중에서 구할 수 있다. 명절음식으로 산적꼬치를 준비했다면 꼬치용 이쑤시개를 적당한 길이로 잘라 산가지로 쓰면 된다. 아이의 안전을 위해 뾰족한 부분은 잘라내도록 한다.

가장 간단하면서도 흥미를 자극할 만한 것은 ‘산가지 떼어내기’ 놀이다. 여러 개의 산가지 중 각자 자신의 것을 하나씩 정하고 나머지를 바닥에 흩뿌린다. 순서를 정해 자신의 산가지로 바닥의 산가지를 하나씩 가져간다. 이때 가져가려 하는 산가지 외에 다른 산가지를 건드리면 가져갈 수 없다. 많은 산가지를 가져 간 사람이 이긴다. 주의력·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칠교놀이=칠교는 7개의 도형(작은 직각삼각형 2개, 중간 직각삼각형 1개, 큰 직각삼각형 2개, 정사각형 1개, 평행사변형 1개)으로 이뤄진 나무판이다. 정사각형 색종이를 규칙에 맞게 접어 오리면 7개의 도형을 얻을 수 있다. 시중에서도 칠교놀이 세트를 쉽게 구할 수 있다. 7개의 도형을 자유롭게 조합하면 다양한 모양을 만들 수 있다. 도형에 대한 이해를 통해 기하학적 사고력을 높일 수 있는 놀이다. 수학자이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작가 루이스 캐럴이 칠교놀이의 매니어였으며, 나폴레옹은 세인트 헬레나 섬에 유배될 때 이 놀이를 가져갔다고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지능 개발에 도움을 주는 ‘퍼즐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색깔찾기놀이=술래잡기놀이와 비슷하다. 부모가 파랑·노랑 등 특정 색깔 이름을 말하면 아이들은 그 색깔에 해당하는 물건을 찾는다. 술래인 부모는 10까지 센 뒤에 아이들을 잡으러 간다. 그 사이에 아이들은 도망다니며 색깔을 찾아야 한다. 집안에서는 쉽게 잡힐 수 있으므로 술래는 한쪽 발로만 뛰도록 한다. 아이들이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 색채를 늘려가도록 해보자. 추석 장을 보러 간 대형마트에서도 할 수 있다. 한글을 깨우치기 시작한 아이라면 특정 글자가 들어간 상품을 집어오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주변 손님에게 피해를 주지 않게 잠깐 동안만 즐기도록 하자.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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