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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외교가 중요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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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해외 여행자뿐 아니라 해외 투자자들은 국내에서 호의적인 대우를 받을 경우, 한국이 앞서 나가는 데 매우 든든한 지원자가 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한국은 해외자본 유치에 전력을 기울여야 하는 동시에 외국 투자자들을 대하는 데 한 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한다. 해외 관광객 방문을 늘리고 국제회의 개최 횟수를 늘 릴 뿐만 아니라 종류도 훨씬 더 다양화해야 한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 숫자는 아직 미약한 수준이며 특히 국제적인 관광 산업의 증가율에 비춰 보면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더구나 한국의 국제행사 관련 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외국인 관광객을 늘리려는 노력은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외교 분야에서도 큰 성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한국의 관광산업을 크게 증진시킨 이들을 소개해 노고에 감사하고자 한다. 그들은 외관상 전혀 관광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활동을 하고 있다. ‘화장실’이 그것이다. 최근 몇 년간 한국의 공공화장실은 위생 상태나 쾌적함, 이용 편의성 등에서 경이적인 발전을 했다. 이제 한국에서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은 아주 기분 좋은 경험이 됐다. 나는 한국에 처음 왔던 시절을 기억한다. 당시는 집에서든 밖에서든 화장실을 가는 것이 나에게는 악몽과 같은 일이었다.

 우리 화장실 환경을 개선하려는 사람들은 지금 외교적으로 막대한 성과를 가져올 사업을 추진 중이다. ‘세계 화장실 협회(World Toilet Association)’로 알려진 새로운 국제기구가 한국을 기반으로 해서 조직되고 있다. 이 기구의 첫 회의가 11월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다. 약 90개국에서 1300명이 넘는 대표단이 이번 총회에 참석한다. 기구 명칭이 처음 듣기에는 우스꽝스러울지 모르나 결코 가벼이 여길 사업이 아니다. 참석 대표들은 한국이 공중·개인 화장실 환경을 개선해 공공위생, 나아가 삶의 질을 얼마나 크게 향상시켰는지를 배우고 자기 나라에 전파할 것이다. 이로 인한 외교적 성과는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다. 우리는 ‘세계 화장실 기구’의 창립인들에게 진심으로 사의를 표명해야 한다. 나아가 우리는 이 같은 종류의 기구들을 더 많이 필요로 한다.

제프리 존스 세계화장실기구 홍보대사 전 주한 미국상공회의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