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끊고 싶다면 걸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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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맛있습니까? 그거 독약입니다.”
코미디언 고(故)이주일씨가 폐암을 선고 받고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담배는 사람이 가장 즐기는 기호품 중 하나다. 우리나라의 경우, 담배를 피우는 성인 남자는 전체의 70%에 달한다.
하지만 웰빙에 대한 욕구가 늘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금연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정부에서도 금연을 장려하고 있으며 금연 장소도 건물 안, 버스정류소, 금연공원 등 그 범위를 점점 늘여가는 추세다.
사람들, 심지어 흡연자조차도 담배가 백해무익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담배는 흡연자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과 동료들에게도 피해를 준다. 하지만 담배의 이런 모든 폐해를 알고도 금연을 못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루에 담배 한 갑 이상을 피워온 직장인 K씨도 담배를 끊어 보려하지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금연 패치를 종류대로 사서 써보고, 금연보조제도 사먹어 봤지만 도무지 끊기가 힘들다. 도대체 어떡해야 성공적으로 담배를 끊을 수 있을까?


서울 위생병원 금연학교 하현수 교수는 ‘걷기’가 금연으로 이르는 지름길이라고 조언한다. 다음은 하현수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WH 걷기운동이 흡연자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가?
첫째, 걷기운동은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준다. 숲길을 걷는다고 가정할 때, 우리는 오감만족을 하게 된다. 눈으로는 숲을 보며 편안함을 느끼고, 코로는 자연의 신선한 공기를 들이키고, 귀로는 자연의 소리를 듣게 된다. 또한 함께 걷는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마음을 다스리게 된다.
둘째, 걷기운동은 심폐기능을 좋게 한다. 따라서 꼭 금연이 목적이 아니더라도 흡연자들은 심장에 무리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볍게 걷기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셋째, 운동은 땀과 함께 몸속에 쌓인 니코틴과 다른 독소들을 함께 배출할 수 있도록 돕고, 기분도 좋게 만든다.

WH 흡연자들이 금연에 실패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무엇인가?

‘니코틴’에 대한 강력한 의존성이 원인이다. 흡연자가 담배 한 모금을 빨아들일 때 니코틴은 수초 안에 뇌에 도달한다. 이때 니코틴은 수용체와 결합해서 뇌 보상 회로를 자극,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분출하게 된다. 니코틴의 중독성은 마약과 맞먹을 정도로 강력한데, 바로 이런 니코틴 수치가 떨어지면 니코틴에 대한 강력한 열망, 흡연욕구, 짜증, 불안감 같은 금단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대부분 이 때 그 욕구를 참지 못하고 또 담배를 피게 된다.

WH 금단현상에 대처할 방법은 없는가?
불안, 초조, 집중력 장애, 불면 등의 금단증상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신선한 공기를 많이 마시며 걷는 것이다. 금단증상은 금연 후 3∼4일에 가장 심하고, 2∼3주 후면 없어진다. 때문에 이 기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금연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담배가 생각날 때는 회사 내에서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고 회사 옥상이나 주변을 걷는 게 좋다.

WH 금연 시 꼭 기억해야 할 주의사항은?
금연 시 피해야 할 음식은 카페인이 첨가된 커피다. 흡연자들 대부분은 커피를 마시면서 손에는 꼭 담배를 쥐게 된다. 물론 술자리도 피해야한다. 술은 담배를 부르는 가장 익숙한 친구니까. 입이 궁금해질 때마다 물이나 다시마, 당근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본인의 의지다. 매일 열심히 걷고 노력한다면 담배는 끊을 수 있다. 담배는 단순한 기호품이 아니라 해로운 약물이고, 자신의 건강을 파괴하는 지름길이라고 스스로에게 계속 인식시켜야 한다. 담배는 사랑하는 가족에게도 피해를 준다. 공익광고에서도 ‘간접흡연은 보이지 않는 폭력’이라고 했다.
예전에는 담배를 끊은 사람은 정말 독한 사람이라고 상종도 하지 말라고 했지만, 요즘은 얘기가 달라졌다. 금연구역은 넓어지고 있는데 버젓이 담배를 태우고 있는 사람이 더 무서운 사람이다. 담배를 끊고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걸어보라. 담배 태우는 시간보다 훨씬 더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다.

정유진 객원기자 yjin78@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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