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非核化 공동선언문-北사실상 위반에 南선 核主權論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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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반도 非核化공동선언이 도전받고 있다.
지난 91년12월 盧泰愚대통령과 金日成주석은 「南과 北은 核에너지를 오직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하며 核무기를 어떤 형태로든생산.보유하지 않는 것은 물론 재처리시설및 농축시설을 보유하지않는다」고 선언했다.
南北韓 정상이 전세계 앞에 선언한 비핵화공동선언이 최근 휴지로 전락할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비핵화선언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은 역시 「北韓 핵」이라는현실이다.이 선언은 南北의 재처리시설 보유를 금지하고 있으나 北韓은 「방사화학실험실」의 이름으로 재처리시설을 갖고 있다.
더군다나『北이 이미 원폭 4~5개 제조에 필요한 플루토늄을 추출했음을 확신한다』는 페리 美국방장관의 발언은 北이 「핵무기의 씨앗」도 갖고 있음을 뜻한다.
北韓은 한술 더떠 19일 외교부 대변인 성명에서 『日本의 핵무장화가 확인된 이상 한반도 비핵화는 의의를 상실했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일본을 겨냥,최근 동북아 비핵지대화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선 한반도 비핵지대화가 의미가 없다는 주장을 줄곧 펴온데 따른 것이다.
한편「核주권론」에 따라 비핵화선언을 무효화해야 한다는 주장이국내에서도 본격 제기되고 있다.
李基澤 民主黨대표의 비핵화선언 재검토 발언을 비롯,학계.군관계자를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核주권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朴正熙대통령의 核개발 시도를 다룬 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가 베스트셀러로 등장,국민들 사이에서 핵주권론의 공감대가 커지고 있는 것도 새로운 현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군사평론가 池萬元씨를 비롯한 核주권론자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北韓은 이미 核무기를 갖고 있거나 보유직전인데 우리만 비핵화선언을 준수해서는 「美國에 끌려다니고 北韓에 놀아나는 것」외에는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내의 韓昇洲 외무장관을 비롯한 비핵화선언 고수를 주장하는 쪽은 南北韓 핵무장이 日本 핵무장→동북아 불안정→NPT체제 붕괴로 이어지는 「核도미노 현상」을 초래할 것이라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물론 韓美 양국 정부의 공식입장은 어디까지나 한반도 비핵화선언 고수다.클린턴 美대통령은 1월의 연두교서에서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이 준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李洪九 통일부총리도 최근 『北韓이 核무기를 단半개라도 가지면비핵화공동선언은 무효』라며 北에 선언 준수를 촉구했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비핵화선언을 놓고 韓美간에 미묘한 입장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우선 페리 美국방장관은 2월2일 美의회에서 『미국의 정책초점은 북한이 핵강국이 못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해 北의 핵개발 수준이 미미한 수준이라면 워싱턴은 이를 적당한 선에서 묵인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해 주목을 끌었다.
또 李부총리의 「核무기 半개=비핵화선언 무효론」도 이중적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즉 北이 핵무기를 개발해서는 안된다는 뜻과 함께 「만일 北韓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그순간 韓國도 비핵화선언이라는 족쇄를 풀고 핵개발 옵션을 갖는다」는 핵개발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현재 寧邊에서 진행중인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결과가 비핵화선언의 향배에 중요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사찰결과 북한이 이미 15~20㎏의 플루토늄을 추출한게 확인되면 비핵화선언이 무효로 되고 核문제의「제로 베이스」 출발을 뜻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가능성은 北韓이 이미 核폭탄 개발을 완료했을 경우다. 이 경우 韓美 양국의 선택은「對北제재」 혹은 「核보유 묵인」만 남게 되는데 둘다 곤란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와관련,민족통일연구원 鄭義泰박사는『향후 韓美 양국은 北韓의核보유를 묵인하는「핵문제의 이스라엘化」를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崔源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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