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동족끼리 총 겨눠야 하나”/마음이 아픈 남북예멘 병사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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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병상에 함께 누워도 적대감 없어/“이권다툼에 눈먼 정치인들탓” 비난
예멘 수도 사나의 군병원. 나란히 누워있는 남·북예멘 군인들은 우울하다. 총알에 뼈가 부숴지고,화약에 온몸이 그을러서가 아니다. 어제까지 형제로 지내던 동족끼리 총부리를 겨눈 이유를 쉽게 알 수 없기 때문이다.
1주일전 북예멘군과 싸우다 다쳤다는 남예멘의 압두 알리 압둘라 소위는 『우리가 총부리를 이스라엘로 돌렸다면 뭔가를 얻었을 것』이라며 아랍형제끼리 총질한 것을 후회했다. 『이 전쟁에서는 이기고 지는 것이 모두 역사를 더럽힐 뿐입니다.』
북예멘 제8여단 소속 아베드 랍부 모하메드 살레(28)도 『이건 정말 후회스런 짓거리예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쪽 다 그걸 알기 때문에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비난하고 있는 겁니다.』
이들은 아라비아반도 남단에 있는 인구 1천3백만명의 이 세계 최빈국에서 고통스럽게 살아왔다. 그런데 이제 전쟁까지 터져 이들을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파편에 몸이 찢어지고,얼굴이며 가슴이 불에 타 신음을 내뱉고 있으면서도 옆에 누운 적군들에게 적개심을 보이지는 않았다.
이제는 휴지조각이 되어버렸지만 90년 통일선언이 있고 나서 남·북예멘은 서로 주둔지를 남북으로 섞었다. 그렇게 해서 군마저 하나로 만들려는 뜻이었다. 그러나 통합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았다. 형제처럼 가까워진 군인들과 달리 고급지휘관·정치인들은 이권을 둘러싸고 더욱 멀어져갔기 때문이다.
총상으로 뼈를 다쳐 괴로워하고 있는 남예멘 기갑여단 소속의 자예드 압둘라 가지는 자기 부대가 통일후 4년동안 북예멘군과 평화롭게 지냈다고 말했다. 『어느날 갑자기 장교들은 달아났고,우리는 어쩔줄 몰랐습니다. 이렇게 적대행위를 하기전에는 북부 사람과 남부사람이 형제였습니다.』
가장 어린 부상병은 14살 먹은 남예멘군의 나지브 무르쉬드군이었다. 그는 고아인데다 직업도 없어 한달전에 군인이 됐다고 말했다. 팔·다리가 부러지고 배에도 상처를 입은 무르쉬드는 자기 또래 군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남예멘의 압둘라 아메드 후세인 중위는 『우리는 모두 이 전쟁에 대해 분개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병원에서 만났을 때 서로 사과했습니다. 우리는 이런 전쟁을 결코 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사나 로이터·연합="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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