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자궁도 제조업 처럼 국제 아웃소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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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베이비 비즈니스
데보라 L. 스파 지음,
심재관 옮김,
한스미디어, 404쪽,
1만8800원

결혼해도 아이를 안 낳으려는 부부가 많다지만, 거꾸로 낳고 싶어도 못 낳는 경우도 적잖다. 여성의 15%, 남성의 10~15%가 불임이라고 한다. 비즈니스 감각을 지닌 사람이라면 이 숫자가 거대한 시장으로 보일 것이다. 후손을 보려는 욕망은 명품에 대한 욕심과는 차원이 다르다. 대개 비용 불문하고 아이를 낳으려 한다. 생명공학의 눈부신 발달로 수요에 부응하는 공급도 가능해졌다. 그렇다면 어디에 또 이런 짭짤한 장사가 있겠는가.
 지은이는 이를 ‘베이비 비즈니스’라고 부른다. 임신, 출산의 단계에 따라 정자 시장, 난자 시장, 호르몬 시장, 자궁 시장, 불임시술 시장 등으로 나뉘어 세분화된 비즈니스가 이뤄진다고 한다.

 시장에선 이미 가격이 형성돼있다. 지은이의 조사에 따르면 키 175cm 이상의 건강한 미국 명문대 여대생의 최고급 난자는 5만 달러, 불임 여성 대신 임신해 아기를 낳아주는 대리모는 5만9000달러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세계 정자 수출 규모가 많게는 연간 1억 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과학의 발전으로 새로운 비즈니스가 계속 생겨나고 있다. 미국에선 불임부부의 정자와 난자로 수정된 배아를 개도국 여성의 자궁에 착상시켜 아이를 만들어주는 서비스도 나왔다. 제조업처럼 이제는 자궁도 국제 아웃소싱이 가능해진 것이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인 지은이는 이를 좋고, 나쁘다는 가치 판단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시장으로 보자고 제안한다. 강력한 수요가 있는 한 무조건 규제만 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지은이는 “생명공학이라는 마법의 요정을 호리병 속으로 다시 밀어 넣기란 어려워졌고, 그렇게 해야 할 당위성이 있는가도 확실치 않다”고 말한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자연의 섭리 운운하며 틀어막지 말고 더 나은 시장이 되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그렇다고 딱 부러지는 대안을 내놓는 건 아니다. 현실을 인정하고 지혜를 모으자는 선에서 멈춘다. “베이비 비즈니스는 워낙 급격하게 팽창하고 변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어떤 주장을 해도 곧 쓸모가 없어진다”며 지은이는 한계를 솔직히 인정한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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