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장관호통에 사실부인 건설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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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 87년 정초 워싱턴에서 있었던 일이다.
美國과 쇠고기.양담배 통상협상을 하기 위해 워싱턴에 갔던 한정부 각료는 협상이 결렬됐음에도 불구,그 내용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협상은 계속 진행중입니다』라는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결국 그해 1월 4일자 국내 신문들의 머릿기사는 「협상타결」 또는 「협상결렬」이란 제목들을 제각각 달게 됐다.일부 신문은 새해 첫 號부터 본의 아니게 「오보」를 하게 된 것이다.
이 각료는 급히 귀국 길에 오르며 호텔 엘리베이터 안에서『민감한 사안인만큼 신문에 서로 엇갈리는 기사가 게재돼야 나라에 도움이 된다』고 동승했던 駐워싱턴 대사에게 설명까지 했다.
최근 건설부는 본지가 10일자 1면 머릿기사로 『정부가 부실공사.노후등으로 안전상의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아파트.건물등에 대해 사용중지 또는 철거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마련해 공청회에 부칠 것』이라고 보도하자 즉각 팩스로 자료를 보내 「부인公示」를 했다.
그러나 실제 건축법 업무를 담당하는 건설부 관리들의 말은 사뭇 달랐다.건축법 개정안 시안에는 철거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분명히 포함돼 있으나 다만 장관의 결재만 받지 않은상태라는 것이다.
그런 보도가 나가면 『일부러 정책을 바꿀 수도 있다』는 솔직한 주석을 다는 실무자도 있었고,어떤 간부는 한차례의 「장관 꾸지람」이 있고 나서 평소처럼 경직된 분위기속에 그같은 해명서가 나갔다고 뒤로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언론은 정확한 보도를 위해 한층 더 노력해야 한다.그러나 정부도 대변인을 통해 입장을 밝힐 때는 장관을 대신해 입을 여는것이라는 사실을 철저히 인식해야 한다.
「新藥개발」이라는 단어는 국민을 오도하는 요술방망이인가。 우리나라의 몇몇 제약사들은 지금까지 「新藥개발」이라는 재료를 과대포장해 自社이익을 챙기는 쪽으로 곧잘 이용해 왔다.
최근에도 이러한 구태는 계속되고 있다.
국내굴지의 제약사인 중외제약이 지난 10일 「신물질에 의한 국내최초의 新藥이 탄생돼 상품화를 눈앞에 두고있다…」는 요지의자료를 언론기관에 배포한 것이 그것이다.회사측은 이 자료를 통해 「세계 최초로 합성에 성공한 新藥 (퀴놀론계 항균제 Q-35)의 2임상실험(소수환자를 대상으로 한 유효성.안전성실험)에착수했다」고 발표했다.이와함께 「이 新藥에 대한 물질특허를 국내(89년5월19일 출원)는 물론 美國.日本등에 출원한 상태」라며 「이번의 新藥개발로 우리도 세 계적인 新藥보유국이 돼 선진국과 같은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있게 되었다」고 덧붙였다.그러나 관계기관및 외국유수의 신약개발정보지를 통해 조사한 결과 중외제약이 공표한 「국내新藥1호 탄생가시화…」는 허구임이 드러났다.日本의 中外제약은 新 藥의 특허사정(특허등록을 통고받는 일)을 지난달 13일 우리나라 특허청으로 부터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또 英國에서 발간되는 신약개발정보지 『파마 프로젝트』최근호에서도 이 新藥 개발주체는 명백히 日本의 中外였다.
사실과 전혀다른 홍보내용에 대해 해당기업은 『이 新藥은 日 中外제약이 개발했으며 상품화단계에서 우리가 참여한 것일뿐』이라고 뒤늦게 「잘못」을 시인했다.
중외의 이같은 과대포장발표는 6월말로 예정된 유상증자청약을 앞두고 투자자를 겨냥한게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우리 기업들이 눈앞의 「이득」을 위해 新藥개발정보를 부풀리는 동안 외국사들은「진짜新藥」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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