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소련 스파이 파벨 회고록 美서 출간되자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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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스탈린시대 소련 해외첩보분야 고위관리이자 원자폭탄비밀 입수공작 책임자였던 파벨 스도플라토프의 회고록이 최근 미국에서 출판돼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세계최대의 물리학자 모임인 미국물리학회가 내용의 사실여부를 가리기 위한 연방차원의 수사를 촉구하는 캠페인에 나섰고,언론에서는 관련기사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올해 87세의 고령인 파벨은 자신이 트로츠키 암살에 직접 간여했으며 2차대전중 독일점령지역에서 활동하다 그후 미국과 영국이 갖고있던 원자폭탄비밀 입수공작의 책임자로 일했다고 회고록에서 밝히고 있는 인물.
美 리틀브라운출판사가 지난달 펴낸 파벨의 회고록이 거센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는 것은 책속의 한 章에서 로버트 오펜하이머.엔리코 페르미.레오 질라르.닐스 보어등 금세기 최고의 물리학자들이 모두 소련측 스파이였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 문이다.미국의 원자폭탄개발을 위한 「맨해튼 계획」을 이끌었고,생전 뛰어난연구업적으로 존경을 받았던 이들 과학자들이 냉전시대에 원폭제조관련 비밀서류를 모스크바에 제공한 두 얼굴을 가진 스파이였다는주장을 담은 파벨의 회고록은 미국 사회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것만큼이나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물리학회는 내용이 알려지자마자 기자회견을 갖고『스스로를 사기와 속임수의 大家라는 사람이 조작한 허구이며 금세기의 가장탁월한 과학자들에 대한 근거없는 주장』이라며 자기 자신을 변호할수 없는 고인들의 명예를 위해 연방수사국이 철 저하게 사실을규명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이 책의 편집자인 리틀브라운사의 로저 도널드는『스도플라토프는 원폭공작의 책임자였다.누가 무엇을 누구에게 건네주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파벨이다.사실확인을 위해 연방수사국이 나서는 것은 오히려 바라던 바』라 고 변호하고있다. 이 문제에 대한 미국언론들의 관심도 높아 연일 관련기사가 이어지고 있다.그러나 대부분의 언론들은『프로파간다에서 추려낸 역사』(뉴욕타임스),『스파이를 믿느냐 아니면 네명의 위대한인물을 믿을 것이냐』『허풍쟁이와 잘못된 조사로 지은 건물』(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스도플라토프를 믿을 이유는』(워싱턴포스트)등의 제목에서 보듯 파벨의 주장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어쨌든 파벨의 회고록은 앞으로도 논쟁결과에 따라 대중적 관심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고,따라서 사실여부에 관계없이 상업적인 성공을 보장받으리라는 점에서 아이러니를 느끼게 하고 있다.
〈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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