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콜릭 무조건 병원행’ 옛말, 술맛 떨어지는 약!

중앙일보

입력

담배 끊게 하는 금연보조제가 술도 끊게 한다?

최근 니코틴 중독을 막는 금연보조제인 화이자의 '챔픽스'가 알코올 중독도 막는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국내 성인 10명 가운데 1명은 알코올 중독 환자이며, 직장인 10명 중 4명은 한 주에 적어도 한 번 이상은 폭음을 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청소년의 음주도 급증하고 있다.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연간 23조원에 이르고 산업재해의 25%가 알코올 관련 사고라는 통계도 있다.

"한국은 지금 술독에 빠져 있다"라는 어느 저명인사의 말이 여실히 음주관련 통계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술 소비량이 높고 음주 인구도 많지만 알코올 중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아 실제 치료를 받는 사람이 적다.

◇술, 어떻게 끊지?

과거에는 알콜릭 환자들에게 주로 심리사회적 측면에서 치료가 이루어졌으나 최근 들어서는 약물치료의 병행 등으로 효과적으로 알콜릭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먹는 약으로 술 끊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알코올 중독은 반드시 정신병원에 입원해 가혹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일상생활에 지장 받지 않으면서 약으로 치료할 수 있는 것이다.

알코올치료센터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알콜릭 환자의 80%에게 알코올 중독 치료제, 일명 '술 끊는 약'을 처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안전한 제제의 약들이 나와 부작용 없이도 치료할 수 있다고 정신과 전문의들은 말한다.

한 정신과 의사는 "약물치료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부작용을 크게 생각해 환자들이 약 복용하는 것을 꺼린다"며 "심각한 알코올 중독 증세를 보이는 사람일수록 단순한 상담기관보다 정신과나 알코올중독치료센터를 찾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현재 쓰이고 있는 알코올 중독치료제로는 '아캄프롤'과 '레비아'가 있다. 이들은 술을 끊음으로 인해 생기는 금단증상을 없애 편안하게 술을 끊게 하는 금단기 약물과 금단현상이 어느 정도 사라진 후 다시 술을 마시지 않도록 술 마시고 싶은 욕구를 감소시켜 주는 유지기 약물이다.

◇술만 보면 구역질난다? 술맛 떨어지는 약

금연처럼 술도 역시 중독성에 의한 금단현상으로 좀처럼 끊기 힘들다.

갑자기 음주를 중단하면 불안, 초조, 구역질, 불면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심하면 헛것이 보이고 경련 발작, 의식 혼미 등이 나타난다. 다시 술을 마시면 금단 증상이 사라지기 때문에 술을 끊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술만 보면 구역질나게 하는 약이 있다. 일명 '알코올 스톱' 약. 술을 마실 때 분해효소를 차단, 체내에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축적하게 만들어 불쾌감을 유도하는 일종의 혐오요법제다.

술이 약한 사람들은 술의 중간 대상물질인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축적돼 얼굴도 붉어지고 두통, 구토 등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는 아세트알데하이드를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하기 때문에 더 이상 술을 마실 수 없다.

술 끊는 약은 환자 상태에 따라 복용량을 달리 해야 하고 약마다 부작용이 다르기 때문에 대부분 의사 처방이 있어야 살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다.

통상적으로 약물치료는 6개월~1년을 의사들은 권한다. 약물치료 효과는 6개월 이상 완전 단주하는 경우가 50%, 6개월 이상 음주량이 현저히 줄어든 경우가 8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대병원 정신과 김성곤 교수는 "최근 나오는 약물에는 부작용이 덜해 환자들이 복용하기에 무리가 없다"며 "아무리 좋은 약을 쓰더라도 본인의 의지가 없으면 되지 않는다"고 약물치료와 심리사회적 치료를 병행할 것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금주 지역 센터가 지역별로 마련돼 있지만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미미한 수준"이라며 "1차 예방, 2차 조기발견, 3차 재활이라는 과정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 및 정책적 지원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말했다.【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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