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봉급 올리고 승진도 쉽게/복지부동 중병 치료나선 정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사기진작 묘안 총동원 새바람 불어넣기/예산 뒷받침 안되면 실효없어/“개혁걸림돌” 매도… 명예회복이 가장 시급한 과제
정부가 9일 발표한 「공직사회 분위기 쇄신대책」은 일선 공무원에 대한 승진기회 확대 등 「신상」 위주로 짜여져 있다.
공직사회에 만연한 것으로 진단되고 있는 보신주의·무사안일주의 등 이른바 「복지부동」 현상이 그동안 계속돼온 강도높은 사정과 개혁과정에서 비롯된 처벌위주에서 나왔다고 판단.사기앙양이라는 종합비타민을 투여함으로써 공직사회를 일으켜 보자는 생각이다.
단편적으로는 지난해 8월부터 준비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쇄신대책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은 모두 동원됐다고 할 만큼 인사·처우·감사방향·근무여건 등 분야별로 묘안들을 망라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공무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여느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실질적인 생활보장이 가능한 충분한 봉급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동안 사정과정에서 적발된 공무원 비리를 들여다보면 돈문제가 관계되지 않은 경우가 거의 없을 만큼 딴 생각없이 공무에 열중토록 생활을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사기양양에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그러나 공무원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데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정부는 97년까지 국영기업체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처우개선 4개년 계획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는 것이나 앞으로 재원확보 여부가 성공의 관건이다.
시·군·구 등 일선기관의 6급 이하 공무원에게 월 3만원씩의 대민활동비를 지급하겠다는 방침도 하위직 공무원들에게는 상당한 뉴스가 되고 있지만 역시 예산확보가 남은 과제다.
반면에 이번에 쇄신대책에서 특히 중점이 두어진 승진 등 인사제도의 개선은 당장 돈이 드는 일이 아니고 공무원들에게 승진이라는 또 하나의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상당한 반응을 얻고 있다.
획기적 내용의 처우개선이 사실상 힘든 일이라면 승진이야말로 공무원사회에 가장 큰 매력이다.
문제는 이같은 인사제도 개선이 초래할 또다른 문제의 해결이다.
인사문제는 처우개선과는 달리 모든 공무원들을 똑같이 만족시킨다기 보다는 일종의 제로섬이론이 적용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6급 이하 직원들을 상대로 한 사무관 승진제도의 근무실적위주 전환만해도 몇번씩 승진기회가 주어졌음에도 시험에 떨어져 승진기회를 놓친 비교적 나이많은 공무원들은 환영하는 모습이지만 상대적으로 시험을 선호하는 젊은 직원들중에는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입장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앙부처 계장과 과장급에 복수직급제도를 도입,중상위직 인사적체는 어느 정도 해소되겠지만 이를 복수직급 승진자에 대한 보직관리도 또 다른 문제이고 고급 공무원수가 늘어나는 현상도 가져온다.
때문에 각종 동기부여책으로 일관한 이번 쇄신대책으로 과연 공직사회가 일어설 수 있겠는지에 대해서는 공무원들 스스로도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명예를 중시하는 공직자들이 사기진작대책 몇가지에 복지부동 자세에서 몸을 일으켜세울 만큼 단순한 집단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현재 개혁의 걸림돌인양 매도되고 있는 공직사회의 명예회복을 분위기쇄신의 제일과제로 꼽고 있다.
즉 「공무원도 하나의 직업인」이라는 생각에서 공직사회를 색안경끼고 보는 시각부터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김진원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