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손 때리기' "영어마을은 관광마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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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상암동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서울·경기 정책토론회에서 후보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동영·손학규·한명숙·이해찬·유시민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경선 주자들이 11일 최대 표밭인 서울에서 맞붙었다. 5명의 후보들은 이날 오후 서울 상암 DMC(디지털 미디어 시티)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경제 분야의 쟁점을 놓고 뜨거운 공방을 벌였다.

먼저 여론조사 도입 여부를 놓고 치열한 샅바싸움을 벌였던 손학규.정동영 후보가 설전의 포문을 열었다. 경선 룰 확정 이후 경쟁이 더 치열해진 두 후보는 토론회에서 정면 충돌했다. 전날 여론조사 결과를 10% 반영키로 한 경선 규칙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던 손 후보는 "청와대가 노골적으로 손학규 배제 의사를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정 후보는 손 후보의 경기지사 시절 실적을 깎아내렸다.

▶손 후보="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인지, 열린우리당의 경선인지 혼란스럽다. 청와대에서 노골적인 간섭 이야기가 들린다. 청와대나 관련자들, 소위 친노 세력에서 특정 후보 배제론을 이야기한다.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이었던 정 후보는 어떻게 생각하나."

▶정 후보="경선은 치열하게 경쟁하되 동지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깔고 가야 한다. 노 대통령은 당원도 아니고, 경선에서 엄정 중립을 지킬 걸로 생각한다."

▶정 후보="손 후보가 경기지사 시절 (경기도의) 실질 채무가 7배 늘었다. 대신 축제 경비가 3배 이상 증가했다. 취약 계층에 대한 취업지원비는 16억원에서 6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줄일 것은 늘리고 늘릴 것은 줄인 것 아닌가."

▶손 후보="잘못 안 것 같다. 부채가 늘어난 건 첨단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사회간접자본 시설) 기반 조성에 주로 사용됐기 때문이다. 축제가 늘어난 것도 정 후보가 강조하는 평화를 위한 것이었다. 평화축전을 상당히 크게 했다."

친노(親 노무현) 주자들도 손 후보의 경기지사 시절의 실적을 집중 공격했다. 대학 동기인 이해찬.정동영 후보도 한 치의 양보 없이 서로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이해찬 후보는 "손 후보가 자랑하는 영어마을은 학력 인정도 안 되고 부모들과 하룻밤 자고 가는 곳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한명숙 후보는 "(경기도에 일자리가 집중된 것은) 지사의 유.무능의 문제가 아니라 수도권에 모든 시설에 집중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후보는 같은 친노 주자인 유시민 후보에게 "손 후보가 (김영삼 정권의) 복지부 장관 시절 저출산 대책을 잘못 세웠는데 어떻게 보는가"라며 협공을 요청했다. 그러나 유 후보는 "(저출산 문제는) 장관에게 책임을 모두 묻기엔 무거운 사안"이라고 답했다. 친노 후보 단일화 논의가 진행 중인 두 사람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친노 후보들은 정 후보와도 설전을 주고받았다. 특히 정 후보의 별칭인 '개성동영'이 도마에 올랐다.

▶유 후보="정 후보가 개성공단을 혼자 다한 것처럼 말하는데 지나친 과장광고 아닌가."

▶정 후보="당시 미국의 반대와 핵 위기가 있었다. 그걸 돌파해 낸 책임이 제게 있고, 그 책임을 100% 완수했다."

▶이 후보="정 후보가 했지만, 제가 총리 시절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만나 잘 풀었고 물꼬를 터줬다."

▶정 후보="이 후보가 김영남 위원장을 만난 건 2005년 5월이고 개성공단을 뚫은 건 2004년 12월이다. 사실관계를 바로 잡겠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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