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우청소년 활력심기 20여년-올해의 좋은 아버지 金甲宰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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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좋은 아버지가 되려는 사람들의 모임」이 제정한「올해의 좋은아버지」에 선정된 金甲宰씨(43.서울성동구금호동).
금호동지역 청소년들 사이에「상담아저씨」로 불리는 그는 집밖을나서면 두걸음이 멀다하고 반색하며 반기는 동네꼬마나 청소년을 만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갓난아기때의 관절염 때문에 두개의 목발에 의지해야만 걸을 수있는 金씨는 자신의 외아들뿐 아니라 지난 20여년간 6천여 청소년들 상담을 통해 좋은 아버지 역할을 해온 숨은 공로가 알려져 상을 받게됐다.
『일을 하는데 남보다 시간이 좀더 걸리고 불편하다는것 뿐,나도 정상인처럼 남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고 스스로 다짐하며 살지요.』 얼굴 어느 구석에서도 우울하거나 어두운 느낌이라곤 찾아볼수 없을 만큼 환한 인상의 金씨가「이웃과 함께 나누는 삶」을 실천하기 시작한지는 꽤 오래다.
장사나 하고 살라며 학교가기를 만류했던 부모님 탓에 공부에 남다른 열의를 보이다 급기야는 고교 2학년때 쓰러져 1년간 휴학을 하면서부터였다.
그때 친한 친구들과 함께 공부도 하고 봉사활동도 하는 무궁화청소년협회를 결성해 구두닦이 소년등 불우한 처지의 청소년들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몸이 불편한데도 불구하고 너무도 씩씩하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불우 청소년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워 주기에 충분했다.
그가 불구를 이기고 꿋꿋이 설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전주시교육감을 지냈던 선친의 고집으로 국민학교 5학년때까지 학교를 가지 못했던 기간동안 닥치는대로 읽어댔던 책이었다고 한다.
법무부 서울 보호관찰소 보호위원,유네스코 청소년활동지도자협의회 사무국장,한국청소년보호육성회 상담위원등으로 활동하는 그에게갈등하는 마음을 털어놓고 마음의 대화를 나눈 청소년들은 줄잡아6천여명.개중엔 金씨의 두칸짜리 좁은 집에서 먹고 자며 金씨가모아둔 3천여권의 책을 읽고 마음을 다잡은 청소년도 적지않다.
그밖에도「한국장애인 재활복지공단 중앙회사무총장」「주간 장애인신문 편집위원」등 장장 16개의 직함을 갖고 쉴새없이 생활하는그는 장애인들에게 힘을 북돋워주는 활동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온가족이 환경운동연합의 회원으로 남산껴안기,7㎞남산걷기등 함께하는 사회활동도 하고 있는데 金씨는『아들도 아내도 나의 뜻에 동참해 항상 이웃을 생각하는게 기쁘다』고 말했다.
『동네 아이들이 민철이 엄마나 아빠처럼 항상 웃으면 좋겠다고말하곤 합니다.』 봉사로 점철된 생활을 하는 남편탓에 하숙을 치고 봉제를 해 생활을 유지해온 부인 李順伊씨(43)도 1주일에 한두번 예술의 전당이나 각종 문화행사장에 동네아이 들을 데리고 가며 자신의 아이같이 돌보곤 한다.
앞으로는「사랑의 종이연」이라 이름붙인 작은 간행물을 만들어 마음이 외로운 청소년과 노인들에게 나눠주고 싶다는 金씨는 도와주는 후원자가 있다면 한결 발걸음이 가벼울 것이라고 말한다.
한편 올해의 좋은 아버지 수상자로는 金씨외에 김영석씨(47.
서울동작구신대방동)와 서재균씨(40.경기도안양시안양동)가 함께선정됐다.
시상식은 좋은 아버지날인 5월1일 오후3시 능동 어린이회관 잔디밭에서 있을 예정이다.
〈文敬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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