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맷 데이먼 ‘액션 히어로’ 탄생 예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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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본 얼티메이텀’으로 맷 데이먼(37)은 할리우드가 사랑하는 지성파 배우에 최고의 액션 스타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2007년 한 해 동안 무려 3편의 화제작에 출연하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그다.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예술공헌상)을 받은 ‘굿 셰퍼드’, 할리우드 톱스타들의 경연장 ‘오션스 13’, 스파이 액션의 뉴 클래식이라는 찬사가 쏟아지는 ‘본 얼티메이텀’까지다. ‘본’시리즈가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시큰둥했던 할리우드는 톰 크루즈에 필적하는 액션 스타의 탄생이라며 환호하고 있다.

 최근 경제 전문지 ‘포브스’의 조사에서도 데이먼은 할리우드 스타 중 가장 투자가치가 높은 배우로 뽑혔다. 최근 3편의 영화에서 1달러를 받을 때마다 평균 29달러의 수익을 올려, 몸값 대비 수익을 가장 많이 낸 배우라는 것이다. 2위의 브래드 피트, 3위의 조니 뎁을 제쳤다.

 2002년 시작된 ‘본’시리즈는 그의 인생을 바꾼 작품이기도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데이먼은 하버드대를 중퇴한, 착한 엘리트나 우울한 천재 소년 이미지였다(야망을 좇는 수완가로 분한 ‘리플리’ 정도가 예외였다). 죽마고우인 벤 애플렉과 시나리오를 쓰고 출연한 영화 ‘굿 윌 헌팅’은 1998년 아카데미 극본상의 영광을 안겼지만 그를 뛰어넘는 작품은 나오지 않았다. 더구나 그의 외모는 할리우드 스파이 액션물의 히어로와 전혀 맞지 않았다. 체격은 탄탄했지만 유난히 굵은 목에 날렵함·세련미와는 거리가 멀었다.

 

 배우로서도 침체를 겪고 있을 때 시작된 ‘본 아이덴티티’는 그러나 배우 데이먼의 재발견이었다. 그의 지적인 이미지는 전형성에서 벗어난 고뇌하는 스파이에 잘 어울렸다. 컴퓨터그래픽이나 스턴트의 도움 없이 선보인 리얼 액션도 기대 이상이었다. 2, 3편의 연출을 맡은 폴 그린그래스 감독은 "그는 뛰어난 액션배우이자 인간의 이중성을 빼어나게 연기한다. 무엇보다 대배우들만이 갖는 중요한 능력인, ‘상징적인 캐릭터’ 창조 능력이 있다”고 평했다.

 ‘본’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그의 행보도 다양해졌다. ‘오션스’ 시리즈에 ‘디파티드’와 ‘굿 셰퍼드’, 정치영화 ‘시리아나’, 엽기 코미디 ‘붙어야 산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예술영화 ‘제리’에 잇따라 출연했다. 블록버스터와 작은 영화, 주류와 비주류를 오가는 선택이다.

 전성기를 맞은 그는 최근 20년지기 애플렉과 새로운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굿 윌 헌팅’ 후속편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10대 시절 애플렉과 함께 줄기차게 오디션을 보고 낙방을 거듭했던 그는 성실함과 긍정적 마인드로도 유명하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나 벤 애플렉 등 또래 배우들에게 밀려 있으면서도 결국 정상에 오른 힘도 그것일 것이다. 결혼 이후에는 자상한 아버지의 면모도 보이고 있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착한 남자, 가장 가족적이고 성실한 남자. 성실함이야 말로 대배우의 으뜸가는 자질임을 그는 스스로 입증해 내고 있는 셈이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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