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보험사를 잡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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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보험업계에도 인수합병(M&A) 바람이 불고 있다. 금융산업 전반의 대형화 움직임에 설 자리가 좁아진 중소형 보험사가 잇따라 매물로 나왔기 때문이다. 보험사도 은행.증권사처럼 대형화하겠다는 정부 정책이 이런 흐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보험사 M&A 경쟁에는 국내 보험사뿐 아니라 국내 은행, 외국계 금융회사와 대기업까지 가세할 태세다. 정부도 이에 맞춰 보험사 M&A를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보험업법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이미 나온 매물=대주그룹 계열 손해보험사인 대한화재와 다음.LIG손해보험 합작사인 다음다이렉트는 매각을 공식화하고 있다.

대주그룹 기획실 관계자는 "전남 해남 지역에 짓고 있는 대규모 조선소 건설자금 마련을 위해 대한화재를 매각하려 한다"며 "현재 3~4개 기업과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매각 방침이 섰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시간을 끌 이유가 없지만 가격을 비롯한 여러 조건을 맞추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화재 매각 대금은 최소 1000억원대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다이렉트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이 50.1%, LIG손해보험이 37.41%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다음이 인터넷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매각하려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높아 안정적으로 수입을 올리기 힘든 사업구조도 매각 추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는 국내 4~5개 기업이 다음과 접촉 중이며 특히 세계 5위권의 손해보험사인 독일의 뮌헨리가 다음다이렉트 인수에 적극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측은 "매각 검토는 사실이나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물밑 작업도 본격화=LIG생명은 최근 국내 주요 기업으로부터 인수의향서를 받아 내부적으로 5곳 정도를 협상대상자로 추린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10, 11월께 LIG생명 인수대상자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LIG생명에는 우리은행.기업은행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G화재 매각설도 끊이지 않는다. 보험사 인수에는 롯데그룹과 농협도 높은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 측은 "농협생명이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보험업법의 적용을 받는 보험사가 아니라 '공제사업' 형태"라며 "정식으로 사업을 하기 위해 보험사 인수에 관심은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M&A 뒷받침=기존 보험사를 인수하는 데는 까다로운 자격요건이 따라붙는다. 인수사의 자기자본이 인수 대금(출자금)의 세 배가 넘어야 하고 빌린 돈으로 인수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앞으론 기존 보험사 인수 때 자격요건을 대폭 완화해 사모펀드도 보험사를 인수할 수 있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보험사가 할 수 있는 부수 업무나 파생상품 투자에 대한 규제도 법령에 나열한 것만 제한하고 나머지는 자유화하는 '네거티브' 체제로 바꾼다. 대신 개인이나 중소기업처럼 보험지식이 많지 않은 소비자 보호는 강화한다. 재정경제부는 10일 금융발전심의회에서 이런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 방향을 공개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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