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세계바둑오픈' 중앙의 빈껍데기 세점에 대한 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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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제8회 세계바둑오픈 준결승 제1국
[제6보 (95~112)]
白.朴永訓 5단 黑.謝 赫 5단

셰허가 흔들리고 있다. 좌하에서의 성공은 어느덧 흔적없이 사라졌다. 그의 뇌리에서 불안감이 검은 구름처럼 일어난다. 박영훈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힘겨운 추격 끝에 형세는 드디어 어울렸다.

95로 늘자 96으로 지킨다. 97엔 98의 수비. 이로써 중앙 백대마는 완전해졌다. 백의 또 다른 소득이라면 96의 곳에 자연스럽게 돌이 놓였다는 점이다. 흑은 빙빙 돌아 다시 99로 끊게 됐는데 107까지의 진행에서 보듯 공짜로 둔 96이 매우 좋은 수가 되고 있다.

바둑이란 잠시후면 흑막이 드러난다. 우선 흑▲ 두점과 95, 즉 중앙에 막대처럼 늘어선 흑 세점에 대해 평가해 보자. 이 세점은 한집이라도 짓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세력인가. 아니다. 자칫 곤마가 돼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커보인다. 그렇다면 이 세점의 정체는 무엇인가.

"작전이 크게 빗나갔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죠. 중앙공격이 근본적인 미스였다는 얘기입니다."(양재호9단)

한국 축구가 이탈리아를 이기고 오만에 질 수 있듯이 좌하에서 그토록 잘 두던 셰허가 중앙에선 턱없이 못 둔 것이다. 모든 게임은 상대적이어서 셰허가 더듬거릴수록 박영훈의 감각은 빛을 내고 있다.

110, 112. 패망선을 기어 넘은 이 수가 아무도 예상치 못한 실전적인 수법이었다. 우상귀는 흑이 먼저 두면 '참고도'처럼 된다.

흑1부터 5까지 모두 선수여서 상변에 토실한 실리가 약속된다. 110, 112가 이걸 없애버렸다. 동시에 흑의 모습이 물에 젖은 수채화처럼 엷어지고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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