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 굵게 … 이승엽, 2경기 4개 몰아치기 홈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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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절대 혼자 웃지 않는다." 지난해 이승엽(요미우리 자이언츠)을 평가한 어느 일본 신문의 표현이다.

홈런을 친 뒤 상대를 자극하는 행동을 하지 않고, 나보다 팀 성적을 우선하는 성숙함을 칭찬하는 말이었다.

그의 신사적인 매너에 많은 일본 팬들이 매료됐다.

이승엽은 최근 몰아치기 홈런으로 슬럼프 탈출의 신호탄을 쏘았지만 여전히 말을 아끼고 있다. 7일 한 경기 세 개 홈런에 이어 8일에도 홈런 한 방을 추가했다. 이틀간 홈런 4개로 시즌 홈런 수를 27개로 늘렸다. 라이벌 한신 타이거스 전에서 폭발한 이승엽의 홈런포에 일본 현지 팬들과 언론이 더 흥분했다.

요미우리에서 만드는 '스포츠 호치'신문은 "5.6.7번 타순에 있지만 이승엽이 4번 타자의 책임감을 보여줬다"고 치켜세웠다. 이 신문은 "최신형 스파이크를 신고 나왔기 때문"이라는 색다른 분석을 곁들이기도 했다. 또 지난해 41개의 홈런을 친 이승엽의 모습으로 되돌아온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몰아치기에서 보인 이승엽의 스윙 자체는 완벽한 상태다. 8일 기록한 27호 홈런에 대해 요미우리에 연수 중인 김기태 코치는 "스윙 스피드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도 이 부분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몸쪽 직구를 노린 이승엽이 바깥쪽으로 날아온 공을 짧게 끊어쳤는데도 담장을 넘긴 것은 그만큼 감이 좋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작 이승엽 자신은 "팀이 져서 충격이다"고 말했다. 팀의 위기에서 자신의 부활을 따로 이야기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게 이승엽의 생각이다.

이승엽은 8일 0-1로 뒤진 6회 동점 솔로 홈런으로 역전의 발판을 놓았으나 요미우리는 1-2로 패했다. 9일 한신전에서 이승엽은 지난달 3일 이후 37일 만에 4번 타자로 복귀해 4타수 1안타 볼넷 두 개를 기록했으나 팀은 연장에서 8-9로 졌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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